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신촌에 있는 F 스튜디오. 홍콩 관광객 마이잉인(여·28)씨가 증명사진을 찍은 뒤 사진사에게 "중국 미녀 스타 '판빙빙'처럼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30여 분 뒤 포토샵(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눈을 키우고 얼굴형을 갸름하게 다듬은 사진을 받아든 이 관광객은 "와우, 성형한 것같이 예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이잉인씨는 "홍콩이나 중국 사진관들은 사진을 이렇게 예쁘게 찍어주지 못한다"며 "이력서에 붙이려고 찍었는데 평생 간직해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홍콩 관광객 마이잉인(28)씨가 서울 신촌의 한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과 홍콩 관광객들 사이에 '한국에서 증명사진 찍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이나 홍콩 사진관들은 수정 작업 없이 사진 원본을 그대로 인화해준다고 한다. 반면 일부 한국 사진관들은 포토샵을 활용해 사진을 아름답게 수정해준다. 30분 정도면 손님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는 '한국 증명사진 촬영 후기' 같은 글과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나도 한국 가서 사진 찍고 싶다'는 댓글들이 수십 개씩 달린다. F 스튜디오 대표 김진성(38)씨는 "하루에 중국인 손님이 15~20명 온다"며 "대부분 한류 스타나 중국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와서 '비슷하게 얼굴을 고쳐달라'고 한다"고 했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의 한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은 중국인 관광객 람와이멍(여·45)씨는 "중국 사진관에서는 사람을 세워놓고 1초 만에 '찰칵' 하고 셔터를 누르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며 "한국에 와서 저렴한 가격에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신촌·강남 일대 사진관에서는 반명함판 증명사진 촬영 가격이 보통 2만원 선이다.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 서비스를 포함할 경우 3만5000~5만원을 받는다.

중국인 고객이 늘면서 사진관들도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홍대입구역 근처 S 스튜디오는 최근 입구에 중국어 팻말을 붙였다. 인근 M 스튜디오 대표 이태훈(41)씨는 "중국의 여행사 세 곳으로부터 한국 관광 코스에 '증명사진 촬영'을 넣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와 협의 중"이라며 "원활한 촬영을 위해 한 달 전 중국어를 동시통역 할 수 있는 직원을 고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