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여권(與圈)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북(對北) 정책과 안보관을 집중 비판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전직 외교관들로 구성된 대규모 정책 자문단을 꾸리고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與 "사드 반대하는 文, 대통령 자격 없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비대위회의에서 "문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개성공단을 재개해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갈 게 뻔한 현금 달러를 퍼주겠다는 게 바로 민주당"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안보관을 갖고 대통령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격에 대한 시비가 있다"고도 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도 최고위회의에서 "문 후보가 정말 대통령이 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거부하고 김정은을 만난다면 도대체 어떤 얘기를 나눌지 두렵다"며 "지금이라도 북한 김정은에게 결재를 받았다는 의혹,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외교 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출범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 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라종일 전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문 후보, 황원탁 전 외교안보수석, 정의용 전 의원.

대선 주자들도 문 후보를 압박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문 후보와 민주당은 사드에 반대하는 표심을 의식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후보에게는 국가 안보를 맡길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했고, 남경필 경기지사는 "문 후보와 민주당은 사드 배치에 모호한 입장을 거두고 조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양당 관계자들은 "문 후보는 말로는 안보 문제에 강력 대처라고 하면서 개성공단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모호한 수사(修辭)로 자신의 본색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文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면 안보 적폐"

문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직 대사와 외교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 자문단 '국민 아그레망'의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문 후보는 "안보 문제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은 안보 적폐"라며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후보는 김정남 사건이 터진 뒤 안보 이슈가 대선 쟁점이 될 조짐이 보이자 애초 예정된 것보다 앞당겨 이날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북한은 비정상적 국가고 예측할 수 없는 나라다. 남북 간 외교 신뢰를 복원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릴 것은 대북 정책에서 하나의 전제"라며 "사건 하나하나에 대북 정책이 왔다갔다 흔들린다면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을 펼쳐갈 수 없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이날도 사드 배치에 대한 여권의 입장 요구에 "누차 말했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정권 교체기에 있는 이 정부의 도리"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문 후보 측은 "안보 토론이라면 얼마든지 응하겠지만, '종북' 등 이념 공세로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단은 주(駐)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전 의원이 단장을 맡았고 황원탁 전 외교안보수석, 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 이태식 전 주미대사가 고문을 맡았다. 이수혁 전 국정원1차장,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조병제 전 외교부 대변인 등 모두 24명의 외교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정 단장은 "외교·안보 측면에서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자문단이 문 후보에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 후보의 외교·안보 핵심 브레인인 김기정 연대 정외과 교수는 이날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연구소가 주최한 한 강연에 참석해 문 후보의 안보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문 후보를 "한·미 동맹에 대한 강한 신봉자로 '종북'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드에 대해선 "배치 결정에 대한 민주적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지 (다음 정부에서) '재검토'가 반드시 '배치 거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 후보는 안보에 필요하다면 (사드) 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