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특검팀과 삼성 측은 점심도 거른 채 7시간 30분 동안 총력전을 펼쳤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실질심사는 오후 6시쯤에야 끝났다. 양측 공방이 가열되면서 오후 3시 30분쯤 실질심사를 주재한 한정석 판사가 잠시 휴정(休廷)을 선언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복잡한 사건도 통상 2~3시간이면 끝나는데,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장 시간 기록"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월 18일 열렸던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는 3시간 45분이 걸렸는데 재청구된 영장실질심사에는 그 2배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특검팀과 삼성 측은 1차 영장실질심사 때보다 인력을 대폭 보강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팀에선 양재식 특검보를 필두로 파견검사 팀장인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삼성 수사'를 직접 담당한 한동훈 부장검사 등 6명이 나섰다. 윤 검사와 한 검사가 새로 투입됐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에 특검팀이 사활(死活)을 걸었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구치소 들어가는 李부회장 -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차를 탄 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의 진행으로 7시간 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지난달 18일 첫 영장실질심사 때의 3시간 45분보다 4시간 가까이 길었으며, 영장실질심사제가 도입된 1997년 이후 최장 시간 심사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누구?]

삼성 측에선 판사 출신인 문강배·송우철·권순익 변호사와 중수부 검사 출신인 이정호 변호사 등 7명이 나섰다. 고검장을 지낸 조근호 변호사가 새로 투입됐다. 문강배 변호사는 윤석열 검사와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관계로, 이번 특검팀 출범 당시 특검보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윤 검사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나서면서 문 변호사와의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특검팀은 법원에 1만 페이지 넘는 수사 기록을 제출하며 공세를 취했다. 특검팀의 수사 기록은 1차 영장 청구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도 여행용 캐리어 2개와 보자기 꾸러미 2개에 자료를 나눠 담아 법정으로 들어갔다.

양측 공방의 핵심 쟁점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 문제로 모였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2016년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獨對)할 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를 청탁했다"며 새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들을 제시했다. 1차 영장 청구 때 찾지 못한 '구체적인 청탁'의 단서를 내놓은 것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특검팀이 새로운 증거로 제시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 39권에 대해 "위법적으로 확보된 것이어서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의 변호인도 지난 6일 특검팀에 압수가 위법하다는 의견서를 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적힌 내용을 특검에서도 진술했으며, 적법절차에 따라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에도 삼성 측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하기 위해 최씨 측과 접촉한 정황이 있다며 자료들을 냈다. 특검팀은 "삼성 측이 최씨에게 당초 지원하기로 했던 213억원 중 덜 준 돈을 올 3월까지 매월 나눠 주기로 했다"며 "이를 지시한 이 부회장은 '강요의 피해자'가 아니다"고 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에 맞서 "최씨와 접촉한 것은 맞지만 지원 요구는 거절했다. 특검팀이 최씨의 일방적인 요청을 기록한 문건을 갖고 뇌물의 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했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이 주장하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논리 구조는 (기각된) 종전 영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지난번처럼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기 때문에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인 오후 7시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법원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밤을 보낸 것은 지난달 18일에 이어 두 번째다.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미래전략실 임직원 10여명은 서초사옥과 서울구치소 앞 등에서 밤을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