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며 한 시민이 건네준 태극기를 들고 있다.


홍준표(63)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의 족쇄에서 벗어나면서,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대선 경선에 공식 도전할 전망이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재판부가 맑은 눈으로 판단해줘 고맙다"며 오후 3시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가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자리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현 여당에서 2007년, 2012년 대선 경선에 연속 도전했던 홍 지사는 경남도지사 직을 발판으로 2017년 대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선 운신의 폭이 없다시피했다. 현재 대부분의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 등에 포함조차 돼있지 않다. 그럼에도 4선 의원과 경남도지사 재선, 한나라당 대표 등을 지낸 중량감 때문에 '무죄 선고시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실제 홍 지사는 최근 측근들을 모은 자리에서 "무죄를 확신하며, 선고 직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우선 여당 소속 군소 주자군이 난립하고 유력하게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을 먼저 언급했다고 한다. 홍 지사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 수 있겠느냐. 막상 나오더라도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황 권한대행은 차악(次惡)일 뿐, 경선에 나가면 후보는 내가 된다. 대안이 없다"고도 했다고 한다.

특히 같은 검사 출신이지만, 황 권한대행이 '공안 검사' 경력에다 임명직 관료만 해와 지지층 확장이 어려운 반면, 자신은 정치를 30년간 해온데다 일명 '모래시계 검사'로 젊은 층 등의 지지를 확보할 승산이 있다는 인식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는 또 "헌법재판소 내부 분위기를 보니 3월 선고도 어렵다더라.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대선은 5월 이후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자신이 대선 준비를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내가 보수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문재인과 양강 구도에서 박빙을 이룰 것"이라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웠던 홍 지사는 최근 보수 민심을 겨냥, "박근혜 대통령이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냐"고 하는 등 탄핵 기각을 염두에 둔 발언도 해오고 있다. 그에겐 거침 없는 언행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빗대 '홍 트럼프'란 별명이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