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에서 이렇게 무모하고 불필요한 일(김정남 피살)을 벌여서 이득을 볼 세력은 오직 하나뿐이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국정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 피살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14일 밤, 인터넷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이 "김정남 피살 사건은 우리나라 보수 세력이 주도한 쇼"라며 이런 주장을 편 것이다. 그는 "왜 하필 탄핵을 앞둔 시기에 이런 뉴스가 나왔겠느냐"며 "정부가 탄핵 국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김정남을 일부러 살해하고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했다.

1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로 북한 김정남 독살 사건 뉴스를 보고 있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2명에게 독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워드 정보] KAL기 폭파 사건이란?]

일부 좌파 성향 네티즌들이 "김정남 피살 사건을 우리 정부가 조작했다"는 음모론을 퍼뜨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공식 발표나 언론 보도를 믿지 않고,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15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는 '탄핵 심판 중인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각되게 하려고 별수를 다 쓰다가 결국 안 돼서 북한 김정은에게 사람을 보내서 김정남 암살을 청탁한 것'이라는 글이 올랐다. "선거를 앞두고 북풍(北風)이 분다" "혹시 이번 사태에도 최순실이 개입된 것 아니냐"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에서 벗어나려 이런 일을 꾸몄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박 대통령과 김정일을 잇는 비선이 김정남이었다'는 한 주간지의 보도를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입막음용으로 암살한 것 같다"고 했다.

음모론자들은 1987년 KAL(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이나 2010년 천안함 폭침처럼 과거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사건도 부정한다.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김정남 피살 사건을 보니 KAL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가 생각난다. 김현희가 국정원이 작업한 사람이듯이 이번 사건도 그런 것 같다'는 글이 올랐다. 당시 정권이 대선을 여당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KAL기를 폭파해 115명의 무고한 인명을 죽였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좌파 진영에서도 "허무맹랑한 유언비어 유포는 진보 세력을 욕보이는 것이다.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피살자의 신원을 김정남이라고 확인했는데도, '김정남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처음에는 웬 독침에 맞아 죽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독스프레이로 죽었다고 한다. 사인도 오락가락하고 외신에는 크게 언급도 안 되는 걸 보니 우리나라 수구들과 언론이 짜고 거짓말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김정남을 살해하고 달아난 여성 2명이 국정원에 의해 타살됐다는 설(說)도 제기됐다. 오늘의 유머 한 회원은 '김정남을 독살한 여성 2명이 이미 사망했다는데 마티즈 좋아하는 집단의 소행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됐던 국정원 임모 과장이 지난 2015년 자신의 마티즈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때 등장했던 '국정원 타살설'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네티즌은 "큰 사건만 터지면 등장하는 음모론이 지겹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네티즌은 "철없는 일부 네티즌이 국가 이미지를 먹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