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동료 기자와 함께 진행했던 폐업 처리 전문 업체 동행 취재록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3일 뒤 폐업하는 케이크 카페의 사장 이모(37)씨와 그의 아내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부부는 들어오는 손님과 나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는 꼭 했다. 10평 정도의 내부, 목재 테이블 6개. 7년간 부지런히 살아왔지만 가게를 접는다.
"프랜차이즈 업체들 사이에서 개인이 하는 가게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20년 전 제빵 일을 배워 7년 전 창업했던 사장 이씨의 얘기다. 그는 "케이크 포장 박스를 주문할 때 기본이 1만장이라서 포장 박스 하나도 고급스럽게 못 만드는 것이 한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제빵업계에 진출하면서 포장 박스 주문부터 모든 것이 대량화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예쁘지 않고 저가로 보이는 우리 가게 포장 박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쓰렸다"면서 "자본주의 사회라서 그게 당연할지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사업 환경이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1년 전 우유 파동 때 생크림을 구할 수 없어 케이크를 만들지 못한 적도 있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중간에서 그나마 남은 생크림을 다 갖고 가는데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은 구할 수가 있나요? (사업을 하면서) 그런 일들이 숱하게 많았어요."
그런 와중에 이씨 부부는 3년간 매년 월세를 10만원씩 올려줘야 했다. 가게 임대업자는 "월세가 부담스러우면 나가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그사이 이씨 부부는 아이를 낳고 열심히 살았다. 가게 문 열고 365일 하루도 쉬지 않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했다. 그런데 이씨 부부가 폐업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아이였다.
"아이가 동네 놀이터, 마트만 같이 가줘도 좋아하는 것 보고 너무 미안했어요. 태어나서 5년간 어린이집과 할머니 집만 오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그렇게 살면서 이씨 부부가 7년 동안 모은 돈은 빚을 다 갚고 나면 1억원이 안 된다고 했다.
요즘 대권 후보들은 저마다 '행복 대한민국'을 외친다. 그 말이 미사여구인지 아닌지 냉정히 판단할 잣대가 바로 '일자리 창출 능력'일 것이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창업을 가로막거나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개인 창업자를 보호하려면 프랜차이즈 중심의 창업에서 비롯된 문제는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자영업자 소득의 절반 가까이 가져간다는 가혹한 임대료도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젊은 창업자들에게 절박한 보육 문제도 해결해줘야 한다.
대선 때마다 공허한 개혁 담론으로 힘만 빼서는 안 된다. 그보다 생활 이슈, 생존 이슈를 어떻게 풀어갈지 집요하게 질문하고 그 해답의 현실성을 따져야 한다. '행복 대한민국'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려면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