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Carl Vinson)호 전단(戰團)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미국의 해군 전문 매체 '네이비타임스'가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칼빈슨호 기동에 맞물려 미국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에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미 공군 F-22랩터 편대가 나란히 전진 배치됐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안보 정책이 '화약고'인 남중국해에서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최근 "미국이 더 이상 (중국에)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시대 미·중 격돌은 무역뿐 아니라 남중국해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비타임스는 이날 복수의 미 국방 관계자를 인용해 "새로운 항행의 자유 작전은 미국 본토에서 파견된 칼빈슨호 전단이 맡게 될 것"이며 "작전 지역은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와 파라셀군도(시사군도, 이상 중국명)에서 중국이 건설해 영유권을 주장해온 인공섬의 영해(12해리·22㎞) 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칼빈슨호 전단은 지난달 미 샌디에이고를 출항해 지난 10일 괌에 도착했다. 7함대 소속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미 활동 중인 이 지역에 동태평양을 관할하는 3함대 소속 칼빈슨호까지 합류한 것이다.

네이비타임스는 "미 해군 수뇌부가 이 작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정부 아시아 정책의 향방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칼빈슨호 전단이 항행의 자유 작전에 나설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10월 첫 작전 이후 다섯 번째, 트럼프 정권에 들어서는 첫 작전이 된다.

오바마 정부 때는 구축함이 작전을 수행했고 중국 정부는 그때마다 "남중국해 영유권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애초 "석 달에 두 번씩 작전을 펼치겠다"던 오바마 정부는 첫 작전 이후 트럼프 취임 전까지 15개월간 총 4차례만 작전을 벌여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한 소극적 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비타임스는 "새 정부에서는 한층 공격적으로 (대중) 작전을 펼치겠다는 게 미 해군과 태평양함대 사령부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대한 미 해군의 공세적인 분위기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이미 예고한 것이다. 지난 3~4일 일본 방문 당시 매티스 장관은 아베 정부 핵심 관계자들에게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적극 행동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행태를 주변국에서 조공을 받던 명나라에 비유하기도 했다.

매티스의 방일 이후 미국은 일본과 호주에 F-22랩터 스텔스기 편대를 차례로 배치했다. F-22랩터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군의 핵심 전략 자산이다. 지난 7일 미국 알래스카와 본토에 있던 미 공군 F-22랩터 12대가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기지에 배치됐고, 지난 11일에는 F-22랩터 12대가 호주 북부 틴달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호주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는 14일 "이 전투기들은 호주 공군과의 첫 항공 강화 협력 작전을 위해 온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일본과 호주에 도착한 F-22랩터는 최소 수주에서 수개월간 현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선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핵 항모전단과 일본~호주를 잇는 대중(對中) 삼각 압박선을 구축한 셈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 고문은 "미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중국을 물러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추가적인 군사적 행보를 차단함으로써 더 이상 주변 국가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12월 자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함 전단을 보내 남중국해 일대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당시 랴오닝함은 한국의 서해, 일본의 미야코해협, 대만의 동부를 거쳐 남중국해에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과 대만 등은 공군 전투기가 비상 발진하기도 했다.

[역시 공중의 제왕… 놀라운 기동 선보인 F-22 전투기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