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한 달여 만에 재소환했다. 특검이 이번에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부분은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등이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압수 수색하는 등 3주가량 보강수사를 벌였다. 지난 12일 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특검팀의 조사 내용이 영장이 기각된 때보다 더 풍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공정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공정위에 문의해서 받은 가이드 라인에 따랐을 뿐,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달 12일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특검 소환 때만 해도 "특검을 자극하지 않겠다"며 조심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대응이다.

공정위 특혜 의혹, 박 대통령·이 부회장 독대 후 벌어진 데 주목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이후 25일 만에 다시 특검에 나왔다.

한 달여 전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당한 핵심 원인은 '시차(時差)' 부분이었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청탁을 했다고 추정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합병 승인이 난 시점(2015년 7월 17일) 이후에 이뤄졌던 것이다. 선후(先後) 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 때문에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 이후 벌어진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 새롭게 주목했다.

순환출자는 그룹 안에서 계열사 간에 A→B→C→A 식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과거 오너들이 특정 계열사 소수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편법이었다. 공정거래법은 2014년 7월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계열사 합병·매각 과정에서 새롭게 순환출자 문제가 발생하거나 강화되면, 6개월 내 지분 매각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도록 했다.

2015년 7월 구(舊)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자 두 회사 주식을 모두 소유한 삼성SDI는 새롭게 탄생한 합병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보유 주식이 늘었다. 공정위는 이를 신규 순환출자 고리 강화로 판단하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했다. 공정위는 당초 1000만주를 지난해 2월까지 처분하라고 삼성 측에 통보했다가 최종적으로 500만주만 처분하도록 했다. 특검은 공정위의 입장 변화가 삼성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의 압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2015년 9월 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은 신규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공정위에 자발적으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공정위는 그때까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을 적용해 본 사례가 없어 얼마의 지분을 매각해야 할지 기준이 불명확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삼성의 의견을 들었다. 삼성은 당시 로펌들로부터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안 돼 주식 매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받아, 공정위에 전달했다. 공정위는 내부·외부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를 거쳐 500만주 매각이 적절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삼성은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500만주를 매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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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가 아니라 500만주만 매각하면서, 삼성과 이 부회장은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되는 '이득'을 얻었다고 본다. 하지만 삼성은 "당시 이미 우호 지분을 포함해 삼성물산 지분 62%를 확보하고 있었고, 500만주는 전체 지분의 2.6%에 불과했다"면서 "500만주를 덜 판다고 해서, 그룹 지배력이나 순환출자 고리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도 수사

이 밖에도 특검이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면서 들여다보는 수사 대상에는 삼성이 지난해 11월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할 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원래 거래소 상장을 위해서는 3년 이상 흑자가 조건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2015년 11월 시가 총액 2000억원 이상이면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꾸었다. 삼성은 이에 대해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한국거래소와 국내 투자자의 요청 때문에, 결국 국내 상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이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로비했다는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장기적 과제로 금융지주사 설립이 가능한지 금융위에 질의한 적은 있으나,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곧바로 접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