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변경하는 당명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은 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자유한국당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새누리당이 탄생한 지 꼭 5년 되는 날이었다.
국내 보수 정당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이후 신한국당(1996년)→한나라당(1997년)→새누리당(2012년)을 거쳐 자유한국당까지 다섯 차례 변신했다. 과거 보수 정당의 변신은 노태우·김영삼·이회창·박근혜 등 현직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 주자가 주도하는 '발전적 해체'였다.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의 변경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자당 내부의 민정·공화계를 몰아내면서 당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영남권과 수도권에서 두터운 지지를 받아 15대 총선에서 승리하는 계기가 됐다.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바뀔 때 당의 중심은 당시 대선 주자 이회창 전 총재였다. 이인제 전 의원 탈당,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등으로 곤경에 처한 이 전 총재는 당시 민주당 조순 총재와 힘을 합쳐 한나라당을 창당했고 당의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했다.
2012년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변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했다.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은 19대 총선과 20대 대선을 앞두고 2012년 2월 13일 당명을 변경했고, "박근혜 당(黨)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이번은 박 대통령 탄핵 소추로 보수 진영 전체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뚜렷한 구심점 없이 떠밀리듯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란 당명은 국민 공모, 다른 유력 당명 후보 등장과 비토 등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명칭"이라고 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우리가 보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당이 단합해 보수 개혁을 이뤄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자"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 내에선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가 더 많았다. 한 중진 의원은 "5년 전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꿀 때도 나름 위기였지만 당시는 박근혜란 구심점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등으로 정당 지지도가 야당에 뒤지는 등 악전고투했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 결과 4월 총선에서 152석을 얻고 12월 대선도 승리했다. 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추락하고 당내 구심도 없는 상태에서 당명 개정이 이뤄진 것은 보수 정당 사상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당 살림살이도 줄이기로
이날 출범한 한국당의 의석 수는 94석이다. 민자당 이래 보수 정당 의석 수가 100석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3월 157석이던 의석 수는 4월 총선 참패를 거치며 129석으로 줄었고 12월 분당(分黨) 사태로 또 30여석이 빠졌다. 이에 따라 작년 1분기 47억원이었던 국고 보조금도 작년 4분기 37억원으로 줄었고, 15일 지급 예정인 올해 1분기 보조금은 30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한국당은 당분간 살림살이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현재 여의도에 있는 당사(黨舍)를 마포 쪽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다가 취소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여의도에 10층 건물을 당사로 구입했는데 우리는 당세가 줄어 여의도를 떠난다면 당원들 사기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한국당은 대신 당사 밖 다른 빌딩에 입주해 있는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을 당사로 통합해 사무실 임대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당이 이날 새로 발표한 '붉은 횃불' 모양 로고도 논란이 됐다. 인터넷상에서 "비슷한 문양이 국가정보원 로고에도 들어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 로고와 유사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당 상임고문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이름을 100번 바꾼다고 해도 내용이 문제니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