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당 의원 14명이 공동 주최한 '정보통신기술(ICT)·방송 분야 정부조직 개편 방향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자 중 한 명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환영사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개편 논쟁이 뜨거운 것은 현 정부 정책과 거버넌스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는 의미"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창조경제는 국정 농단의 온상이 돼 버렸다"고 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IT 분야의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언론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ICT·방송통신 분야의 틀을 다시 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창조경제센터 등 외형적 실적과 보여주기 식 행정에 치중한 것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창조경제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미래부에 대해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올해 들어 민주당 의원들의 연구 모임인 '더미래연구소', 한국방송학회 등과 같은 기관에서 미래부의 조직 개편을 다룬 세미나·토론회를 연 것이 벌써 5차례다. 정부 조직개편은 통상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출범해야 본격 거론되지만, 이번에는 탄핵 정국과 맞물리며 현 정부의 대표 부처인 미래부부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당에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때처럼 정보통신부(ICT 담당)와 과학기술부(과학 담당)를 별도 부처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민주당 문미옥 의원은 작년 말 정통부와 과기부의 분리 부활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대선 일정이 나온 것도 아닌데, 계속 미래부 개편 토론회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미래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호소도 나온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직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조직개편으로 누가 과천에 남게 되고 누가 세종시로 내려갈지와 같은 답 없는 얘기만 나눈다"며 "요즘에는 교육을 가거나 외부로 파견 나가는 직원들을 부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정권 말기에 핵심 보직을 피해야 다음 정권에서 주요 보직을 맡는 데 불이익이 없다는 이야기다. 한 국장급 공무원도 "정통부 출신과 과기부 출신 공무원 사이에 내분 조짐까지 있다"며 "부서가 분리될 것을 대비해 서로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미래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정책들은 대부분 '표지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처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대신 기존 정책의 이름만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들은 "우리 부처가 최근 개편 대상으로 부쩍 거론되는 상황을 보면 '올 것이 왔나'라는 생각도 든다"며 "하지만 과학과 ICT를 쪼개는 식의 개편 방향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공지능·로봇·생명과학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인데 오히려 이 같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이 개편되면 정착에만 1~2년이 걸린다"며 "정부 조직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꾸는 것은 낭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