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버스 비서실장(왼쪽),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2차 반이민 명령 시사...미 9개주, 대대적 불법 체류 단속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이 출범 3주 만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보 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경질설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경질설이 나오고 있는 플린은 미 정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앞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등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미 정보 당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러 제재를 발표했던 작년 12월 29일 플린 보좌관이 키슬랴크 대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플린 보좌관의 핵심 측근인 로빈 타운리 부보좌관에 대한 기밀 취급권 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직접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WSJ는 이날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주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플린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며 "배넌은 개인적으로 플린을 지키고 싶어하는 쪽이지만 플린을 내보낼 준비는 다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CBS도 "반(反)이민 행정명령 여파가 가라앉을 수주 동안 플린은 현재 자리에 더 머무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플린의 경질을 기정사실화했다.

백악관은 그를 엄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복심'으로 불리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고문은 이날 미국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플린 보좌관의 거취에 대해 "전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NBC 진행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플린을 신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밀러 고문마저 대통령이 플린을 지켜줄지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고 했다.

백악관의 중심을 잡아야 할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도 경질론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의 '절친'으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러디 뉴스맥스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프리버스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며 프리버스의 경질을 권고했다고 WP는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러디는 "프리버스는 골칫거리다. 트럼프는 그를 신뢰했지만, 프리버스가 통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확실해졌다"라고 말했다.

러디 CEO는 지난 10일 미·일 정상 만찬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술을 마시며 30분쯤 사적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리버스가 이번 반이민 관련 (행정명령) 작품을 망쳤다"며 "그 친구는 연방 기관이 어떻게 가동돼야 하는지, 정책 홍보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인사에서) 일부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 출신인 프리버스는 트럼프의 측근은 아니었지만, 공화당 자금력과 조직을 동원해 트럼프 당선을 도왔던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캠프 출신의 트럼프 측근들은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32세의 트럼프 측근인 스티븐 밀러 정책고문은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백만 표 부정 투표' 주장에 대해 "사실(fact)"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대의원 수는 앞섰지만 총득표에서 클린턴 후보에게 300만표 뒤진 것으로 나오자 "부정 투표 때문"이라고 했었다. 이 같은 밀러 인터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정말 잘했어(great job)!'라고 썼다. 밀러는 최근 논란이 된 반이민 행정명령에도 개입했고, 트럼프 주요 연설문을 손본 것으로 알려졌다.

WP에 따르면 밀러는 어릴 때부터 '강경 우파'의 싹이 엿보였다. 16세 때인 2001년 9·11 테러가 터지자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우리 동네에는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했다. 히스패닉 학생들에 대한 적개심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는 제프 세션스 상원 의원(현 법무장관)의 보좌관을 지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지난 9월 백악관 인터뷰 도중 "(대통령 딸이 만든) '이방카 트럼프' 제품을 사세요"라고 말한 이후 입지가 더 탄탄해지고 있다. 콘웨이는 최근 공화당 내 인맥이 두터운 리니 허드슨을 자신의 개인 비서실장으로 고용했다. 콘웨이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대통령이 나를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