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

최순실(61)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이득을 챙기려 한 정황이 담긴 이른바 ‘김수현 녹음파일’에 대해 ‘사석에서 흔히 하는 농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고씨는 9일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김수현 녹음파일은) 검찰에서 이미 조사받고 문제없다고 해 끝난 일”이라며 “K스포츠 재단 당시 사무총장의 배임 행위를 인지하고 ‘사무총장을 잘라야 한다’는 식으로 농담 겸 한 말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이 나라가 썩었어. 싹 다 바꿔야 해. 너는 국무총리하고 나는 문체부 장관 할 게’ 뭐 이런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사석에서 흔히 하는 농담”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고씨와 그 후배인 김수현(37)씨의 대화록에 따르면 고씨는 “내가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 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녹음파일이 공개된 직후 박근혜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 측은 고씨가 사익을 챙기기 위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기획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고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조사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처벌받아야 한다면 받겠다. 지난해 12월부터 일관되게 말해왔듯이 그간의 제 행태에서 문제 되는 부분이 드러난다면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며 맞받아쳤다.

고씨는 “국정농단 사건의 '의인'으로 대접받다가 최근 녹취록 논란으로 최순실의 ‘공범’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는 질문엔 “이제껏 단 한 번도 나 자신이 의인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며 “어떤 의원님이 저를 의인이라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부담스럽고 민망했다”고 했다.

고씨는 또 최순실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 내연관계였다면 증거가 반드시 있을 거다. 그런데 왜 내놓지 못하나? 내연남이라면 차은택씨처럼 잘 나갔어야지, 왜 한몫 제대로 못 챙겼을까 거꾸로 내가 묻고 싶다”며 “제가 의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쓰레기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고씨는 ‘최씨와 관련된 얘기로 인해 엄청난 일들을 겪고 있는데, 후회되지는 않나’라는 질문에 “가끔 길에서 모르는 분들이 제게 ‘힘내세요. 고영태 씨~’라고 해주신다. 순간 멋쩍고 민망해서 고개로 까닥 인사하고 돌아서곤 했다”며 “한번은 집에 와서 방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났다. ‘내가 뭐라고…’라고 중얼거리게 되더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쁜 일을 알리는 제 자신이 마치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철이 드는 기분”이라며 “최씨가 나쁜 사람인 줄 알면서도 열심히 시키는 일을 하던 시간이 있었다. 남은 시간 반성하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녹음파일에서 고씨와 대화한 김수현씨는 2014년 7월 최씨와 고씨가 만든 고원기획 대표를 지냈고 그해 말 박근혜 대통령 옷을 만들던 의상실에 CCTV를 설치해 언론에 제보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