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만난 호남 유권자들은 아직 고민하고 있었다. 호남에서의 대선 주자 지지율은 지난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 31%, 안희정 충남지사 20%, 이재명 성남시장 15%,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11%였다. 문 전 대표가 앞서지만, 안 지사가 최근 떠오르고 있고, 안 의원도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전남이든 전북이든 "정권 교체를 확실하게 할 야권 후보는 누구든 크게 문제없다"는 정서가 강했다. 전남과 젊은층에선 문 후보 지지가 강한 듯했고, 충남과 인접한 전북과 중·장년층에선 안 지사 상승세가 늘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호남에서 시작된다.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안 지사가 역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지역이다.

◇광주·전남 "정권 교체가 중요" "새 인물이라면"

광주·전남은 문 전 대표에 대한 애증(愛憎)을 모두 갖고 있었다. 11일 전남 목포 종합 수산 시장에서 만난 김희숙(32)씨는 "문재인은 저번에 아쉽게 안 됐다. 이번에는 꼭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하는데 문재인만큼 검증된 사람이 없다"며 "안희정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문남진(64)씨는 문 전 대표에게 "벌써 '내가 대세'라는 둥 자만하고 있다"고 했고, 안 지사에 대해선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 같아 호감이 생긴다"고 했다.

전북 전주서 세몰이 -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12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손을 흔들고 있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의 이종민(67)씨는 "문재인이나 안희정이나 누가 되든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니 끝까지 지켜볼란다"고 했다. 김문희(72)씨는 "문재인 미는 게 마음이 편하지. 그래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최고"라고 했다. 이날 오후 촛불 집회가 열린 광주 금남로에서 만난 김승호(63)씨는 "목욕탕에 갔더니 안희정 지지율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안 지사도 이길 수 있으면 그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했다. 12일 오전 목포 대학생 이민지(24)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인기가 많다"고 했다. 거리 민심은 젊을수록 문 전 대표, 중년 이상일수록 안 지사로 모이는 경향도 있었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당부가 많았다. 광주 지하철 돌고개역에서 만난 김선우(52)씨는 "안 의원은 사실 때가 묻지 않아서 호남 사람들이 참 좋아했는데, 요새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이 안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작년 총선 때의 '정계 은퇴' 발언 등을 거론하며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안 의원을 밀겠다"는 이들도 여전히 상당했다.

드론 메이킹 교실 참석 -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12일 서울 융합인재교육센터에서 열린‘드론메이킹 교실’에서 무인기 부품을 만지고 있다.

이틀간 목포와 광주 등에서 만난 시민 중 22명은 안 지사의 '대연정론'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했다. 그중 20명은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걸로 받아들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2명은 "새누리당도 포함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박성최(53)씨는 "우리끼리 싸우면 중국과 일본만 좋은 일 하는 것 아니냐. 정치인 싸우는 게 진절머리가 난다"고 했다. 광주의 김병용(42)씨는 "협치하겠다는 것은 마음에 드는데, 새누리당과 어디까지 손잡겠다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하라"고 했다.

◇전북, "미워도 문재인" "혹시 안희정?" "안철수 안 죽어"

전북 전주·군산·익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제 문재인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안희정을 한번 밀어보고 싶다" "안철수도 아직 죽지 않았다"는 엇갈린 표심을 나타냈다. 충남과 가까워서인지 안 지사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아직 (누구 찍을지) 잘 모른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광주 5·18 묘지 이한열 묘소 참배 - 안희정 충남지사가 12일 광주광역시 5·18 묘지를 찾아 이한열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전주 간 문재인 "호남 홀대 안 나오게 노력"]

전주의 장경자(51)씨는 "정권 교체를 생각한다면 문 전 대표밖에 없다. 주변에서도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정서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12일 전주에서 열린 문 전 대표 지지 행사에 참석한 김명성(49)씨는 "나는 호남 토박이지만 영호남 화합을 위해 이번에는 문 전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군산의 정호봉(64)씨는 "보수에서 막강한 후보가 나오면 결국 문 전 대표를 내보내야 이기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정씨의 친구는 "문재인은 자기 식구만 챙길 줄 알지. 안철수도 괜찮은데 안희정이가 젊고 혁신적이야"라며 "바람 불면 민주당 경선도 결과를 모른다고 봐"라고 했다. 군산에 살면서 충남 장항으로 출퇴근하는 김태민(58)씨는 "충청도와 가까워서인지 전북에서 안희정에 대한 기대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전북도 젊은층은 문 전 대표였다. 원광대에서 만난 황모(35)씨는 "문 전 대표 지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청와대 비서실장 등 경험도 많고 원칙이 있어 보인다"며 "안 지사는 젊으니까 차차기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전주에서 광고업을 하는 김신명(36)씨는 "어른들은 노무현 정부 때의 '호남 홀대론'을 말하며 문 전 대표까지 싸잡아 싫어하는데 그런 지역감정이 더 문제"라고 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이모씨는 "2012년에 안철수 의원이 문 전 대표에게 양보하지 않았느냐. 안 의원을 지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