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트럼프, 정상회담 "강한 신뢰관계" 구축에 주력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19초 동안이나 악수를 했다. 평소 "악수는 세균을 퍼뜨리는 야만적인 풍속"이라며 질색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진기자들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아베 총리의 손을 잡았다. 그는 악수를 마친 뒤 "아베 총리가 손힘이 세다"고 했다.

1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주피터'에서 어니 엘스 등 유명 골프 선수 2명과 함께 골프를 쳤다. 두 정상은 18홀을 돈 뒤 점심 식사 후 9홀을 더 쳤다. 저녁에는 부부 동반으로 만찬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참석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골프 회동이 1957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당시 67세)과 기시 노부스케 총리(당시 61세) 이후 60년 만이라고 밝혔다. 그때는 74타 대 99타로 아이젠하워가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글 골퍼, 아베는 평균 90~100타로 알려져 있지만, 이날은 아베 총리의 컨디션이 좋아 성적이 엇비슷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 골프 철학은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이라고 했다. 어떻게든 홀까지 공을 보내야 공을 집어넣을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번 회담에서 '신뢰 구축'을 최대 목표로 내세운 그는 환율 문제 등 양국 간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는 부분은 의제에서 제외하면서까지 정상회담 성공에 공을 들였다. 엔저와 관련한 문제는 정상끼리 핏대를 세우는 대신 양국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아소 다로 부총리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이 골프 회동을 하는 동안 멜라니아 여사와 아키에 여사는 골프장 인근 모리카미 박물관과 그 안에 조성된 일본식 정원을 둘러보며 친분을 다졌다. 모리카미 박물관은 6만㎡ 부지에 세워진 일본문화 체험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