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그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 녹음파일은 고씨가 후배인 김수현(37) 고원기획 대표가 나눈 대화가 녹음된 것으로 고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이득을 챙기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측이 녹음파일을 ‘반격의 카드’로 사용해 23일로 예정된 최종의견서 제출 시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어 탄핵 심판 일정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당초 헌재는 22일 증인 신문을 끝내고 23일 박 대통령 측과 국회 측으로부터 최종 의견서를 제출받은 뒤 곧이어 변론을 끝낼 계획으로 알려져 3월 초 탄핵심판 선고가 유력하다는 관측이었다.

12일 헌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일 오후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임의제출한 녹음파일의 녹취록과 김수현씨의 컴퓨터 내 녹음파일 일체를 헌재에 제출했다.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고씨 관련 녹음파일은 2000여개, 이를 정리한 녹취록은 29개다.

헌재 관계자는 “대통령과 국회 양측이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열람 복사를 신청하면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10일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요청에 따라 고씨와 그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제출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이 녹음파일에 고씨가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노승일 부장, 대학 후배인 박헌영 과장 등 자신의 지인들과 짜고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정부 예산을 빼돌리고 사익을 추구하려고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녹음파일의 내용을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부정할 증거로 들 것으로 보이며, 국회 측은 고씨의 개인 비리 의혹으로 탄핵심판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등에 따르면 고씨와 김씨가 나눈 대화 녹취에는 고씨가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며 최씨의 '국정 농단'을 폭로하고 K스포츠재단을 장악할 계획이 담겨 있다고 한다.

녹취에서 고씨는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다. 이사장하고 사무총장하고 쓰레기XX 같아. 가서 정리를 해야지…. 그렇게 하다 보면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지"라며 "미르재단도 지금 한번 봐야 돼. 이사장도 맡아야 하고…"라고 말했다. 이들이 대화한 시기는 지난해 8월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뒤 정현식 사무총장은 K스포츠재단을 그만두었다.

녹음파일에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최씨의 국정농단 관련 대화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