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설치된 모금함.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과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등 친박(親朴) 성향 보수단체에서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 모금함이 여러 개 등장했다. 태극기 집회가 청와대와 전경련 등 보수 진영에서 자금을 대는 ‘관제 데모’라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탄기국은 11일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덕수궁 대한문 앞과 시청 앞 등 곳곳에 모금함을 설치해 탄핵 기각 운동을 추진하기 위한 모금을 벌였다. 실제 참가자들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넣는 모습이 꽤 눈에 띄었다.

이날 시청역 1번 출구 앞에서 모금을 진행하던 탄기국 측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지나가면서 만원권이나 오만원권을 많이 넣는다”며 “이미 이곳에서만 100만원은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기국 측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태극기가 꽂혀 있지 않은 가짜 모금함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전하기도 했다.

모금함은 태극기 집회 초창기부터 계속 비치돼있었으며, ‘관제 데모’ 논란 속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JTBC는 지난달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돈을 받고 집회에 동원됐다”며 “참가자는 통상 2만원을 받으며 날씨가 춥거나 목욕을 하면 일당이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당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참가자들이 오히려 돈을 내고 참가한다”며 “요즘 세상에 돈을 받고 거리로 나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태극기 집회는 관제 데모가 아니며 보수 세력의 충정 어린 궐기”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 김영희(62)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밥도 못 먹었지만 모금함에 5만원을 냈다”며 “주변에는 100만원씩 내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설치된 모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