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후보군에서 빼고 처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전히 선두를 지켰다. 2위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상승 폭이 가장 컸고, 3위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안 지사는 반 전 총장이 빠진 반사 이익을 거의 가져갔고 야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다자대결 지지율은 문 전 대표 29%, 안 지사 19%, 황 총리 11% 등이었다. 갤럽이 1주일 전에 반 전 총장을 포함해서 실시한 조사에선 문 전 대표 32%, 안 지사 10%, 반 전 총장 8%, 황 총리 9%였다. 반 전 총장이 후보군에서 빠졌지만 문 전 대표는 하락했고, 황 권한대행도 2%포인트만 늘었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은 8%,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7%,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3%였다. 지난주와 비교해 이 시장은 1%포인트 상승에 그쳤고 안 의원과 유 의원은 변화가 없었다.

안 지사가 20%에 바짝 다가설 정도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연령별로 50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중도층에서 지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보 성향의 20~40대와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이 맞서고 있는 구도에서 올해 대선은 50대가 '균형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50대에서 안 지사는 27%로 문 전 대표(22%)와 황 총리(16%)에 앞선 1위였다. 40대에서도 안 지사(26%)는 선두인 문 전 대표(31%)를 뒤쫓고 있었다.

지역별로 안 지사는 고향인 충청권에서 27%로 문 전 대표(30%)와 비슷했다. 수도권에선 1주일 전의 10%에서 18%로 상승해서 문 전 대표(29%)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특히 야당 경선의 승부처인 호남권에서도 지난주에 비해 안 지사는 9%에서 20%로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31%인 문 전 대표와의 차이를 좁혔다. 유권자의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선 황 총리(24%) 안 지사(17%) 문 전 대표(15%) 등의 순이었고, 중도층에선 문 전 대표(30%) 안 지사(25%) 황 총리(8%)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진보층에선 문 전 대표(43%)가 안 지사(21%)와 이 시장(14%) 등을 상당한 폭으로 앞섰다. 또 지지 정당별로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문 전 대표(57%)와 안 지사(20%) 차이가 여전히 큰 편이었다. 바른정당 지지층에선 유승민 의원(33%)과 안 지사(29%)의 지지율이 비슷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황 총리(57%)가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휴대전화 RDD(임의 번호 걸기) 방식으로 실시한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