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객 1851만명, 한국 관객 358만명, 역대 일본영화 중 세계 흥행 수입 1위(3억1792만달러)….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새로 쓴 기록이다. 300만 돌파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은 신카이 마코토(44·사진) 감독은 10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명)을 넘어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감독은 "1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나 한 달 전 '너의 이름은'을 들고 왔을 때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영화는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쓰하가 서로 몸이 바뀌면서 시작된다. 미쓰하의 마을에 일어난 재난과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를 막으려는 두 주인공의 노력은 3·11 동일본 지진을 떠올리게 했다는 평이다. 감독 자신도 "일본에선 동일본 지진, 한국에선 세월호 참사 같은 아픈 기억 때문에 더 영화를 찾아주신 게 아닐까 싶다"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 관객의 열정에 감탄했다. "어제(9일) 만난 관객 중 90% 이상이 영화를 세 번 이상 본 분들이었고 50번 이상 봤다는 분도 있었다"며 "사소한 오류까지 잡아내 바짝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전작들에서 주인공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아 한국 팬이 붙여준 '커플 브레이커'라는 별명이 기억에 남는다며 "커플 브레이커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관람 요인 중 하나는 실사를 방불케 하는 손 그림의 섬세함이다. '빛의 마술사' '배경왕'으로도 불리는 그는 야쓰가다케산맥이 보이는 시골 마을에서 자란 경험 덕이라고 했다. "골짜기 아래 마을이었어요. 산 그림자가 마을을 덮고 하늘의 색이 서서히 변해가는 풍경을 몇 시간씩 바라봤죠."

도쿄로 상경해선 컴퓨터 게임 회사 직원으로 일했다. 게임 배경이나 오프닝을 그리면서 퇴근 후 새벽까지 자기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감독·각본·촬영·작화(作畵)·목소리 연기까지 혼자 하는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유명해졌다. 이제 많은 스태프와 일하게 된 그는 "팀워크 속에서 또 어떤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내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면서 "젊고 대중성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답변을 마칠 때마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덧붙였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를 만난 얘기를 하며 샤이니의 음악을 작품에 써보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 친구들과 식사하면서 '네가 친구라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