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기 위해 9일 오후 7시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했다. 작년 11월 뉴욕에서 당선인 신분 트럼프와 만난 적은 있지만 공식 미·일 정상회담은 처음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10~1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와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를 오가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트럼프 정부 핵심 인사들과 다섯 차례 식사하고, 골프도 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도 마라라고 리조트까지 동행해 함께 골프를 치기로 했다. 트럼프가 아베 총리와 골프를 치기로 한 것은 작년 11월 아베 총리가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만나러 와서 일제(日製) 드라이버를 선물한 데 대한 '답례' 형식이다.

[[키워드 정보] 엔저 현상이란?]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례적 후대지만 과연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 불허"라고 썼다. 10일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미·일 동맹의 강화 의지를 확인하는 합의문을 발표하는 게 미·일 양국 정부의 목표지만, 어느 정도 실효성 있는 합의문이 나올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본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기초 중 하나인 '엔저'에 대해 미국의 양해를 얻는 게 당장 급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대일 무역 적자와 엔저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장기 불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금융 완화를 했지만 다른 나라도 다 하는 수준이었지,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포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들어갈지도 주목된다. 일본 농민들은 미·일 FTA는 일본 농업에 큰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 각을 세우기보다 트럼프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대한 협조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는 정권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와 펜스 미국 부통령을 양축으로 하는 '미·일 경제회담'을 정기적으로 열자는 제안도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