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이 다단계형 투자 사기 조직을 만들어 다른 청각장애인들의 돈 수백억원을 가로챈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로 투자 조직 총책 김모(44)씨 등 3명과 중간 책임자 5명 등 8명을 구속하고, 청각장애인들을 회원으로 모집한 조직원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총책 등에겐 사기 외에도 가중처벌이 가능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투자사기 조직인 '행복팀'을 만들어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 혜택도 보장한다"며 전국 청각장애인 500여명에게 280여억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회원 한 명을 가입시킨 뒤 다른 청각장애인들에게 가입을 권유하도록 유도하는 다단계 방식을 썼다. '비장애인들이 99% 투자하고 장애인들이 1%만 투자하지만 혜택은 똑같다' '3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3∼5배를 주겠다' '집, 고급 외제차, 연금을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회원들에게서 '충성 맹세서'를 받거나 '조직을 배신하면 끝까지 찾아내 죽이고 3대까지 거지로 만들 것이다' 등 행동강령을 만들기도 했다.

사기 조직 구성원은 모두 청각장애인이었다. 특히 목욕탕 세신(洗身)사였던 김씨는 자신의 정체를 '90대 재력가'로 꾸며 같은 장애인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7억~8억원에 이르는 고급 전원주택에서 살면서 포르셰, 아우디, 벤츠,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가며 소유했다. 또 수백만원대 명품 옷을 입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 청각장애인은 김씨가 구속된 다음에도 '경찰 수사는 거짓이며, 곧 90대 재력가가 나타나 투자금의 몇 배를 돌려줄 것'이라고 믿을 만큼 세뇌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형편이 어렵고 금융 지식도 부족한 피해자들은 김씨 일당의 꾐에 빠져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 자동차, 휴대전화 등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신용카드 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많게는 6억원가량을 잃은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