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무도 듣지 않으면 재즈를 살릴 수 없어. 젊은 세대는 어디로 가버렸지? 넌 너무 옛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어. 전통만 따르면 혁신할 수 없는 거야."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오로지 재즈만 듣고 연주하는 전문 클럽을 여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학창 시절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키스'의 이 말을 들은 뒤 오랜 결심을 접고 대중적 취향의 팝 그룹에 건반 연주자로 합류한다. 주인공의 마음을 돌려놓았던 '키스'는 과연 누구였을까.

'라라랜드'의 존 레전드(왼쪽)와 라이언 고슬링.

A. '키스' 역은 미국의 팝 가수 존 레전드(38)가 맡았다. 영화에서는 둘도 없는 속물처럼 묘사되지만, 레전드는 2000년 데뷔 이후 그래미상만 10차례 받은 만능 음악인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다가 음악인으로 전업했다. 리듬 앤드 블루스(R&B)나 소울(soul) 같은 흑인음악을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으로 해석한 노래들로 사랑받고 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삶을 다룬 영화 '셀마'의 '글로리(Glory)'로 2015년 아카데미 주제가상도 받았다. '라라랜드'에서 그가 불렀던 '열정을 불붙여(Start a Fire)'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흥미로운 건 뮤지컬과 재즈를 절묘하게 버무렸던 영화와는 달리, 존 레전드는 흑인음악 색채가 강한 팝 음악을 선보이는 가수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세바스찬과 키스가 처음 합주(合奏)하는 장면에서도 레전드가 연기했던 '키스'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리듬의 기계음을 과감하게 실연(實演)에 집어넣는다. 복고풍의 재즈를 지향하는 '세바스찬'과 대중적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 '키스'의 차이를 음악으로 보여준 것이다. 꿈과 현실, 열정을 다룬 이 영화에서 '세바스찬'의 재즈와 '키스'의 팝 음악도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