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라지만 초등학생 책가방 시장은 점점 더 뜨거워진다. 귀한 아이를 위해 부모가 돈을 아끼지 않는 데다 한 아이에게 양가 조부모·고모·이모까지 8명의 지갑이 열린다는 '에잇 포켓' 현상 덕분이기도 하다.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키즈 브랜드에 이어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뛰어들었다.

주로 디자인이나 가벼운 무게로 승부하던 책가방 시장에 올해는 기능성 경쟁이 치열하다. 성장·발육을 고려한 인체 공학, 안전을 지켜주는 기술 등을 내세워 저마다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아이의 귀가를 확인할 수 있는 책가방까지 등장했다. SK텔레콤이 '무스터백'과 손잡고 작년 말 출시한 '무스터백 스마트 에디션'은 원래 100개 한정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가방에 부착한 센서가 집 안에 설치한 단말기와 연동돼 가방 멘 아이의 귀가와 외출을 부모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급 등산화에 쓰이던 신발끈 조절 장치를 초등학생 책가방 어깨 끈에 적용, 아이 스스로 쉽게 조절하도록 만든 가방도 있다. 네파키즈 '보디가드백'은 버튼만 돌리면 끈 조절이 가능해 책가방 때문에 자세가 틀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책을 많이 넣지 않아도 가방 모양이 유지되는 네모난 박스 형태가 유행이다. 초등학교 입학용은 물론 책가방 교체가 필요한 고학년용도 따로 나온다. 올해 처음 선보인 빈폴아웃도어 '수퍼박스' 시리즈는 국가기술표준원 자료를 바탕으로 연령·성별에 따른 키, 등 길이, 등 너비 등을 표준화·체계화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성장 시기별 6단계로 구분했다. 이 중 초등학교 고학년용 '미니'(11~13세용·가방 길이 40㎝)는 이미 지난달까지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팔렸을 만큼 가장 반응이 좋다고 한다.

빈폴아웃도어 기획팀 원주희 과장은 "처음 학교 입학할 땐 비싼 책가방을 선물 받는 경우가 많지만 3~4학년이 되어 더 큰 가방으로 바꿀 때는 부모도 적당한 가격에 쓸모가 많은지를 우선 따지고 아이도 자기 취향을 적극 내세운다"고 했다.

MLB키즈도 기존 책가방보다 크고 디자인이 심플한 3~4학년용 가방을 새로 내놨다. MLB키즈 김성국 이사는 "요즘 부모들은 자녀를 활동적이고 진취적으로 키우기 원한다"며 "아동 패션 시장도 클래식·고급화 전략에서 스포티 캐주얼 쪽으로 흐름이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