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미공비급(眉公

'의 한 구절이다. "일찍이 돈 '전(錢)' 자의 편방(偏傍)을 살펴보니, 위에도 창 '과(戈)' 자가 붙었고, 아래에도 붙었다. 돈이란 참으로 사람을 죽이는 물건인데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다. 그럴진대, 두 개의 창이 재물[貝]을 다투는 것이 어찌 천(賤)하지 않겠는가?(嘗玩錢字傍, 上着一戈字, 下着一戈字, 眞殺人之物, 而人不悟也. 然則兩戈爭貝, 豈非賤乎?)" '잔(

)'은 해친다는 뜻이다. 창이 아래위로 부딪치는 모양이니 그 사이에 끼면 안 다칠 수가 없다. 돈 전(錢) 자와 천할 천(賤)에 모두 이 뜻이 들어 있다. 파자(破字) 풀이 속에 뜨끔한 교훈을 담았다.

윤기(

·1741~1826)의 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 "대저 재물[財]은 재앙[災]이고, 재화[貨]란 앙화[禍]다. 벼슬[仕]은 죽음[死]이고, 관직[宦]은 근심[患]이다. 세상 사람들은 재화(財貨)를 가지고 재화(災禍)에 당하고, 사환(仕宦) 때문에 사망의 환난[死患]에 걸려든다. 이는 본시 이치가 그런 것이다(夫財者災也, 貨者禍也. 仕者死也, 宦者患也. 世之人以財貨而取災禍, 以仕宦而罹死亡之患者, 固其理然也)." 앞서는 부수 자를 풀어 의미를 끌어냈고, 여기서는 독음으로 글자 풀이를 했다. 재물은 재앙이요, 재화는 화근이다. 사환(仕宦)의 벼슬길은 사환(死患), 곧 죽음을 부르는 근심 길이다.

세상 이치가 원래 그렇다니, 정말 그런가? 더할 나위 없이 가깝던 사이가 돈 문제로 한번 틀어지면 원수가 따로 없다. 물불을 안 가리고 천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재재화화(財災貨禍)요 사사환환(仕死宦患)이다. 재물로 떵떵거리고 벼슬길에서 득의연할 때는, 이것이 내게 재앙의 빌미가 되고, 나를 파멸로 몰고 갈 구실이 될 줄은 차마 몰랐다. 구렁텅이의 나락에 떨어진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되니 때가 너무 늦었다.

“풍류롭고 득의로운 일은 한번 지나가면 슬프고 처량해도, 맑고 참되고 적막한 곳은 오랠수록 점점 의미가 더해진다(風流得意之事, 一過輒生悲凉. 淸眞寂寞之鄕, 愈久轉增意味).” ‘소창청기(小窓淸記)’의 한 단락이다. 단번에 통쾌한 일 말고, 잔잔히 오래가는 은은한 향기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