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문재인 대세론'이 언론과 정치권을 장악한 가운데 반기문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여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반기문은 문재인과 양자 대결에서 55.6% 대 32.3%로 참패한다(문화일보 1월 25일자 조사). 조선일보 1월 2일 조사 때의 문재인 44.8%, 반기문 34.8%에 비하면 반기문은 답보 상태, 문재인은 10%포인트 이상 약진했다. 지지율 때문에 반 전 총장이 중도에 하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필자는 평소 반 전 총장이 다자 구도에서는 24 대 20으로 문 대표를 이기고, 양자 대결에서는 50 대 36으로 이긴다고 주장했다. 일전에 반 전 총장을 만나 그대로 설명했다. 전략적으로는 우선 보수 유권자 지지를 확보하고 중도를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통계학에서 조사 응답률이 100%라면 응답자의 정치 성향 분포는 일반 유권자 정치 성향 분포와 비슷하다. 그러나 응답률이 100% 미만이면 응답자 정치 성향 분포가 일반 유권자와 다를 수 있다. 참고로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 응답률은 10% 정도다.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 첫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 응답자의 정치 성향을 골든 크로스(golden cross)가 일어난 11월 전후로 여론조사에 포함된 여야 유권자 분포 변화와 반기문·문재인의 평균 지지율 변화를 비교하면 여권 응답자의 평균 비율은 7~10월 40.4%에서 11~1월 29.8%로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반면 야권 응답자는 평균 7~10월 46.8%, 11~1월 58.6%로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반기문의 평균 지지율은 같은 기간 22.7%에서 19.1%로 3.6%포인트 하락한 반면 문재인의 평균 지지율은 18.9%에서 23.4%로 4.5%포인트 올랐다.

11월 조사에서 여권 응답자는 32.0%, 야권 응답자는 56.8%로 10월 조사보다 여권 응답자는 7.5%포인트 줄었고 야권 응답자는 9.4%포인트 늘었다. 최순실 사태로 여권 유권자는 조사에 소극적으로, 야권 유권자는 적극적으로 응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의 정치 성향 분포는 그렇게 급격히 변하지는 않는다. 일반 유권자 분포는 대략 여야 각 40%, 중도 20%로 여겨지고 이는 바뀌지 않는다.

1월 25일 지지율.

1월 25일자 문화일보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등 야권 대선 주자 8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61.7%, 반기문 등 여권 대선 주자 4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26.1%, 기타 또는 무응답 12.2%다. 일반 유권자 분포 40:40:20과는 거리가 있다. 다자 대결에서 문재인은 31.2% 지지를 받아 야권 응답자의 절반 정도인 50.6%(31.2÷61.7)의 지지를 받고, 반기문은 16.0% 지지를 받아 여권 응답자 중 61% (16.0÷26.1)의 지지를 받았다. 만약 여야 응답자가 각각 40%라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20.2% (0.4×0.506) 지지를, 반기문은 24.4%(0.4×0.61) 지지를 보였을 것이다.

1월 2일자 조선일보 조사도 비슷한 방법으로 분석해보면 문재인은 야권 유권자의 46% 지지를 받고 반기문은 여권 유권자의 81% 지지를 받았다. 조선과 문화의 조사를 종합하면 다자 대결에서 문재인은 야권 유권자 46~50%의 지지를 받고, 반기문에 대한 여권 유권자의 지지는 1월 초 81%에서 1월 하순 61%로 하락했다. 최근 다른 여러 조사에서도 대체로 문재인은 야권 응답자의 50%, 반기문은 여권 응답자의 60% 지지를 받았다.

문화일보에 55.6% 대 31.3%로 보도된 양자 대결 지지율 역시 여야 응답자 분포가 각 40%라면 반전된다. 문재인의 단순 지지율 55.6%는 야권 응답자 61.7%의 전체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고 90.1%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야권 응답자가 40%라면 양자 대결 지지율은 36%로 하향 조정된다. 문재인에 대한 중도층 지지는 없어 보인다. 반기문의 양자 대결 단순 지지율 31.3%는 여권 응답자 전체 26.1%에다 중도에서 6.2%포인트의 '플러스 알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분포 40:40:20에서 여권 응답자 40% 전부와 중도 응답자 20% 중 절반 정도의 지지를 받은 반기문의 지지율은 50.2%로 상향 조정된다. 조선일보가 1월 2일 보도한 반기문 대 문재인의 양자 대결 단순 지지율 34.8% 대 44.8%도 조정 과정을 거치면 50.4% 대 34.5%로 반전된다.

요약하자면 양자 구도에서 문재인은 야권의 85~90% 지지를 받고 중도 지지는 미미하며, 반기문은 여권의 전체와 중도의 반 정도를 받는다. 40:40:20 유권자 분포에서 문재인은 34~36%, 반기문은 50%의 지지를 받는다. 반기문은 필자의 분석을 이해했고 보수 메시지로 승리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중도 하차했다. 반 전 총장이 지지율 또는 전략 부재 때문에 대선 레이스를 포기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