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에도 정부의 유해 물질 관리가 부실해 소비자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살충제·다이옥신이 검출된 피앤지(P&G) 기저귀 제품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으나, 해당 유해 물질이 발견됐을 때 안전 기준이 없어 추후 대응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P&G 기저귀 속 유해 물질을 조사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6일 "국내에는 다이옥신·살충제에 대한 안전 기준이 미비해 관련 내용을 프랑스 대사관에 문의해 놨다"고 밝혔다. 기저귀를 조사한 뒤 유해 물질이 나온다고 해도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대한 처벌 등 대응 방안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처음 사건이 발생한 프랑스 정부의 대응을 참고해가며 앞으로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유해 물질 정보 제공 부실
유아용 기저귀는 여성용 생리대와 달리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사전 조사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외품이란, 의약품은 아니지만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말한다. 다른 일반 제품보다는 엄격하게 관리되지만 유아용 기저귀는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의 '안전확인 대상 어린이 제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보니 기저귀를 제조·수입하는 업자는 수소이온지수(pH) 등 화학물질 함유나 용도와 관련된 일정 기준을 충족한 다음, 산자부가 선정한 기관에서 간단한 안전 확인 시험만 거치면 판매할 수 있다.
반면 여성용 생리대는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제조·수입업자가 제출한 서류와 제품을 바탕으로 정밀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물질은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만약 생리대를 만들어 팔겠다는 업체가 제출한 샘플에서 다이옥신·살충제 등 위해 물질이 검출됐다면 이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춰야만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발표했던 생활 속 화학제품 성분에 대한 정보 제공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환경부는 세정제·표백제 등 일반생활화학제품 정보를 담은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과 '위해우려제품 안전정보포털'을, 식약처는 화장품과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화장품 전자민원청구'와 '온라인 의약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이트들은 각 제품에 포함된 성분 이름, 정의 등만 간략하게 나와 있을 뿐 유해 정도에 대해서는 자세히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최근 메탄올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됐던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물티슈는 유아용 기저귀와 달리 식약처의 화장품으로 분류되고 있어, 유아용품에 관한 유해 성분 정보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 "기저귀 유해 물질 검사 전 브랜드로 확대해야"
유해 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보니, 엄마 회원들이 모인 커뮤니티 '맘스홀릭'(회원 수 255만명) 등을 중심으로 기저귀 같은 유아용품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P&G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기저귀에 대해서도 유독 물질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회원(아이디 holy****)은 "프랑스 소비 전문지에서 검사하지 않은 하기스 등 다른 제품은 안전할지 의문이다"며 "어떤 브랜드 기저귀를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른 맘카페인 대구맘365(회원 수 10만명) 한 회원(아이디 gosr****)은 "제발 아기들이 쓰는 제품이나 먹는 음식은 장난치지 말고 문제가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P&G는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기저귀 내 독성 물질 함유량에 대해 살충제는 0.003ppm, 다이옥신은 0.000533 pg/g TEQ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살충제는 일반인이 1일 음식을 통해 섭취할 때 안전 기준의 3.3분의 1이라는 게 P&G 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