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으로 보수적이고, 개인적으로는 불우 아동 6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아빠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중단시킨 제임스 로바트(70·사진)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에 대해 미국 ABC방송은 4일(현지 시각) 이렇게 보도했다.

로바트 판사는 1947년 시애틀에서 태어나 1973년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시애틀의 한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그는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상원에서 만장일치 인준으로 연방지법 판사가 됐다. 연방지법 판사가 되기 전에는 워싱턴주 공화당과 공화당 후보를 위해 기부금을 내기도 한 공화당 성향 인물이었다. 그는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변호사 시절부터 시애틀에서 불우 아동을 돕고, 아동 보호 시설에서 만난 6명의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사실이 공개돼 공화·민주당 의원 모두에게 지지를 받았다. 로바트는 청문회에서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돕도록 법원을 운영하고, 법정에서는 모든 사람을 존엄과 존경으로 대할 것"이라고 했다.

로바트 판사는 2015년에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관련된 재판에서 "어떤 도시에서는 흑인이 인구의 20%에 불과한데도 경찰 총격에 의한 사망자 41%가 흑인이었다"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당시 미 전역에서 일어났던 경찰관 총기 남용 반대 시위 구호였다.

미국 법조계에서 그는 양심적이고 성실한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니 더컨 변호사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 항상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판사"라고 했고, 존 매케이 변호사는 "법을 검토하는 데는 보수적이지만 법을 적용하는 데는 용기 있게 결단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