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명(黨名)을 바꾸기로 최종 결정했다. '보수의 힘'이라는 명칭을 유력하게 검토한다고 한다. 당헌·당규와 강령에서 '박근혜' 흔적을 약화시키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모두 의미 없고 소용없는 겉치레일 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10% 안팎 지지율까지 떨어졌다.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새누리당 내에서 개혁을 시도하다 좌절해 탈당한 사람들이 만든 바른정당은 이보다도 못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새누리당은 출마할지조차 불투명한 황교안 총리 이외에는 이렇다 할 후보조차 없다. 바른정당엔 아직 5%를 넘는 후보도 찾을 수 없다.

반대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40%를 넘나든다. 민주당 후보들 지지율을 합치면 50%를 넘어섰다. 야당을 지지하든 아니든 많은 사람이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이번 대선이 '야·야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이 끝나고 보수가 계속 지리멸렬하면 이번 대선이 사실상 '야 대(對) 야' 대결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 정당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몰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07년에는 보수 후보 분열 속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여유 있게 당선됐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직도 현역 의원이 95명이나 되는 새누리당이 겉으로 말은 안 해도 사실상 대선을 포기하고 자신들 금배지 보전할 궁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탈당과 탄핵 심판이 관계가 없는데도 탈당도 하지 않고 버티면서 보수 진영의 변화와 활로를 가로막고 있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고 답답해하지만 친박 표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입을 닫고 몸보신만 하고 있다. 정치인이 아니라 좋은 자리에 취직한 샐러리맨들이다.

이 덩치 큰 정당이 마치 천천히 끓는 물 안에 든 물고기처럼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 어떤 처절한 움직임도 나오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름이나 바꾸고 이대로 가자고 하고 초·재선들 중에도 의원직 던지고 나서는 사람 단 한 명이 없다. 바른정당은 이토록 퇴행적인 새누리당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 반기문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엔 자생력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보수 정치는 국가에 책임지고 희생·헌신하는 것이다. 지금 보수 진영엔 책임·희생·헌신이 빠져 있고 무책임·이기주의·무능만 남아 있다. 이대로면 몰락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