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에토 대통령, 턴불 총리.

[트럼프가 뒤흔드는 세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 시각)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가진 전화 회담에서 "나쁜 놈들(bad hombres)을 막지 못하면 미군을 보내겠다"며 사실상 니에토 대통령을 협박했다고 AP통신이 1일 통화 녹취록 발췌본을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 당시 "거기엔 나쁜 놈들이 많다. 당신은 그들을 막기에 충분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 내 생각엔 멕시코 군대가 겁을 먹은 것 같다. 우리 군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군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AP는 "트럼프가 언급한 나쁜 놈들이 마약상인지 불법 이민자인지 혹은 둘 다를 말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이 말에 대한 니에토 대통령의 대답은 발췌본에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

AP는 "발췌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상태에서 어떻게 외교를 수행하는지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사용하던 거칠고 직설적인 말투를 여전히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녹취록에 대해 백악관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멕시코 외무부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부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가진 통화에서도 "호주와의 난민 상호 교환 협정은 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며 "호주가 또 다른 보스턴 폭파범을 수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11월 호주로부터 난민 1250명을 받아들이는 협정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턴불 총리가 이 협정 이행을 확인하려고 하자 화를 내면서 한 시간 정도로 예정된 통화를 25분 만에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고 WP는 전했다.

이에 대해 턴불 총리는 호주 ABC 인터뷰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