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꺽다리 공격수 피터 크라우치(36·스토크시티)는 '로봇춤'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2m 키에 몸무게는 75㎏밖에 안 되는 '전봇대' 같은 선수가 휘청휘청 달려가 90도 각도로 팔을 꺾으며 골 세리머니 하는 장면이 축구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후 로봇춤이 트레이드 마크가 된 크라우치는 정작 2006년 이후 한 번도 이 춤을 춘 적이 없었다.

로봇춤 세리머니 -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로봇춤을 추며 EPL 100호골을 자축하는 크라우치. 소속팀 스토크시티는 2일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크라우치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대1로 비겼다.

2일 크라우치가 오랫동안 감춰왔던 로봇춤을 팬들 앞에서 다시 선보였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호골 기념 자축 세리머니였다. 그는 이날 열린 EPL 에버턴과의 홈경기에서 전반 7분 선제골을 넣으며 EPL 최고령 100골 기록을 세웠다. 앨런 시어러(47), 티에리 앙리(40) 등에 이어 통산 26번째 기록이다. 100골을 기록한 나이로 따지면 크라우치가 만 36년 2일로 가장 많다.

크라우치가 처음 EPL에서 골을 넣은 건 15년 전인 2002년 애스턴 빌라 시절이다. 그는 이후 명문 리버풀과 토트넘 등을 거쳐 2011~2012 시즌부터 스토크시티에서 뛰고 있다.

로봇춤은 2006년 국가대표 경기에서 처음 선보였다. 당시 그는 "데이비드 베컴의 자선 파티에 참가했다가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춤은 그가 "앞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또 추겠다"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으면 로봇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호언하면서 중단됐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18일 소속 구단과 인터뷰에서 "혹시 100호골을 넣는다면 다시 출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부활의 징표로 로봇춤을 다시 세상에 과시했다.

크라우치의 주무기는 역시 '머리'다. 크라우치가 EPL에서 넣은 100골 중 헤딩골이 무려 48골이다. 일반적으로 헤딩골 비율이 30%만 돼도 '헤딩의 달인' 평가를 받는다. 지난 5시즌 K리그에서 터진 5174골 중 헤딩골은 922골(17.8%)이었다. 그는 "앞으로 몇 년은 더 나의 활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