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황 권한대행은 2월 임시국회 첫날인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다 취재진이 "대선 출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옅은 미소만 띤 채 답변하지 않고 서둘러 입장했다.

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국회를 나서는 길에도 취재진이 몰려들어 같은 질문을 했으나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는 "지지율이 많이 올랐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은 채, 계단을 뒷걸음질쳐 내려가는 기자들에게 "조심하세요"라고만 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설을 묻자 "사무실에서 말씀하시죠"라며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출마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도 미소만 지었고, 재차 "조심하세요. 갑시다"라며 차에 올라타 국회를 떠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9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일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실시된 여러 긴급 여론조사에서 10% 대 지지율로 2~3위로 껑충 올라섰다.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보수층이 황 권한대행 지지로 가장 많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의 측근들은 "안정적 국정 운영에만 매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날을 어찌 알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황 권한대행 영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2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야당에선 '황교안 대선 출마' 가능성에 일제히 비판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황 권한대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자 은근슬쩍 용꿈을 드러내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잇단 러브콜에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독대도 이뤄졌고, 설 연휴 기간 여느 대권후보 못지않은 민생 행보를 벌였다. 어부지리를 노리고 허튼 꿈을 꾸지 말라"고 했다.

황 권한대행과 경기고 동창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황 권한대행이 현재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이 대통령보다 자신에게 더 크게 있다고 했는데, 실제 탄핵 인용 시 정치적·도덕적으로 공동 책임인 부분이 많지 않냐"며 "황교안 출마는 야권에서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만들 수 있어) 가장 반기는 구도다. (황 권한대행이)그 정도로 바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수 진영의 공식 주자 중에서 가장 앞선 지지율을 보이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대선에 뜻이 있다면 권한대행 자리에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며 "무슨 철학이나 개혁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돕고 있는 정두언 전 의원도 "황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개그가 되는 것"이라며 "중도지지층을 전혀 흡수할 수 없는 후보라 지는 게 확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