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공개 변론이 '8인 재판관' 체제로 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으로 소장 대행을 맡게 된 이정미 재판관이 이날 재판관석 중앙(소장석)에 앉아 재판을 주재했다. 맨 오른쪽 재판관석이 빈자리로 남았다.

이정미 소장대행은 "탄핵 심판 사건의 국가적·헌정사적 중대성과 국민 전체에 미치는 중요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며 "심판 과정에서의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성이 담보돼야만 심판 결과의 정당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헌재가 그간 자주 거론했던 '신속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박 전 소장이 지난달 25일 '3월 13일까지 선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비어있는 헌재 재판관 한자리 -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 재판이 진행됐다.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면서 재판관석 한 자리가 비었다(흰 동그라미).‘ 8인 체제’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이정미(왼쪽에서 다섯째)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주재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누구?]

그렇지만 헌재 내부에선 이 소장대행이 퇴임하기 전인 3월 13일 이전에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친다. 이번 사건 주심(主審)인 강일원 재판관도 이날 "(헌재에) 안 나온 증인도 있어서 오는 9일 (12차) 변론에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출석에 불응한 증인들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증거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헌재 관계자는 "9일 변론에서 선고 시기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나올 듯하다"고 했다.

공개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발언권을 얻어 미리 준비한 A4 용지 5장 분량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전임 박한철 소장은 '3월 13일 이전에 탄핵 심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선고 기일을 미리 정한다는 것은 이 사건 심판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헌재가 심리 절차의 신속을 강조한 나머지 공정함을 잃어버린다면 이번 탄핵 심판 사건은 우리나라 사법 역사뿐 아니라 세계 사법 역사상 비웃음을 사게 될까 두렵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검찰) 수사 기록에 의존하며 피청구인이 신청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조서(調書)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며 "청구인(국회)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刀)를 주고, 피청구인에겐 둔한 부엌칼을 주면서 공정한 진검 승부를 하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헌재가 지난 20일 박 대통령 측이 한꺼번에 신청한 증인 39명 중 지금까지 10명만 증인으로 채택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법조계에선 탄핵 심판이 중반을 넘어간 시점에 이처럼 대규모 증인을 신청한 것은 '시간 끌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최순실씨 등 증인 15명을 추가로 또 신청하면서 그간 증인 출석을 회피하며 잠적했던 안봉근 전 비서관도 출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발단은 대통령의 40년 지기(知己)로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최순실이 고영태와 불륜에 빠진 것"이라며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언론에 제보한 고씨를 헌재 심판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잠적 중인 고씨의 행방을 찾을 방법이 있느냐'고 묻자 이 변호사는 "전 국민을 통해서 찾아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대통령 측이 노골적인 심판 지연책을 구사하고 있다"며 "탄핵 심판을 늦추려는 것은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든 말든 자기(대통령)만 살면 된다는 것으로 애국심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국회 측은 준비 서면을 내고 "지금까지 국회 측만 신청한 증인 중 5명, 박 대통령 측만 신청한 증인 중 17명이 채택됐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헌재에 증인으로 나온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최순실씨가 받아본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등은 기밀 아닌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기밀이다. 대통령 (순방) 일정은 경호상 엄격하게 관리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