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감소 추세를 우려해온 독일 인구가 이민과 난민 유입 덕분에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이민자의 잇따른 테러와 범죄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독일 사회의 '기초 체력'은 더욱 튼튼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독일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높고, 실업률은 전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이민·난민 유입자를 제대로 통합한다면 국가 전체의 활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독일연방통계청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작년 말 독일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는 약 8280만명으로 집계됐다"며 "역대 최고 기록을 14년 만에 경신했다"고 밝혔다. 독일 인구는 지난 2002년 말 825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을 걷다 2011년부터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말 8022만명이었던 독일 인구는 2012년 8052만명, 2015년 8218만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독일은 어떤 나라?]

이런 인구 반전(反轉)을 가져온 것은 시리아 등 중동 난민의 유입이었다. '난민의 엄마'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2015년 여름 시리아 난민의 '무조건 수용'을 결정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독일 일간 빌트 등은 "국내 유입 난민은 2015년 89만명, 작년 28만명으로 최근 2년 동안에만 모두 117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독일은 서유럽 국가 중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유럽 등지에서 오는 '경제 이민'도 늘고 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4년 1.6%에서 2015년 1.7%, 작년 1.9%로 높아지는 추세다. 유럽연합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작년 11월 기준 독일 실업률은 4.1%로 통독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토마스 리비히 애널리스트는 "작년엔 동유럽 등 다른 EU 회원국에서 온 경제적 이민자가 독일 인구 증가에 더 크게 공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구 급감을 걱정하던 독일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독일은 매년 사망자가 새로 태어나는 아기보다 많다"며 "순수 국내 요인만으로 보면 독일은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전체 사망자 92만5200명으로 신생아(73만7575명)보다 18만7625명 많았다. 독일 DPA통신은 "지난해에도 인구 순감소는 15만~19만명 정도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젊은 인구의 증가로 독일의 고령화 속도도 늦춰질 전망이다. 독일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 사회'로 꼽힌다.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1.0%(2015년 기준)로 EU 전체 평균(18.9%)보다 2.1%포인트 높다. 이웃 경쟁국인 영국(17.7%), 프랑스(18.4%)를 훨씬 웃돈다. 독일 고용연구소 헤르베르트 브뤼커 연구원은 "난민이나 이민자의 경우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출산율도 높다"며 "이들이 전체적인 독일 연령대를 약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독일의 인구 증가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켈 총리 등 정치 지도자들은 최근 "더 이상 대규모 난민 유입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2년 전만 해도 "난민 유입은 독일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큰소리 쳤지만, 난민·이민자의 잇따른 테러와 강력 범죄로 지지율이 급등락하면서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오는 9월 총선을 통해 4연임을 노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난민 문제로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독일 영자 매체인 '더로컬'은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는 앞으로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