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여야 대선주자들이 민족 대명절 ‘설’을 맞아 민심잡기 행보에 나서거나 숨 고르기를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경남 양산 통도사 대웅전을 방문했다.

문 전 대표는 영배 주지 스님을 만나 ‘문재인 대세론’과 관련해 “지금은 제가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이런 대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촛불민심, 국민 마음이 워낙 절박하다.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통도사 대웅전에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함)'이라고 쓰인 난 화분을 불단에 올리고, 소원함에 같은 문구를 소원지에 써 넣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비행기로 부산에 도착해 자갈치 시장을 들르기도 했다. 자갈치 시장상인들과 덕담을 나눈 문 전 대표는 연휴에 근무 중인 경찰관들을 격려하고자 양산 자택 인근 덕계 파출소에도 들렸다.

28일 통도사 영배 주지 스님과 악수 중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전 대표와 함께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충북 음성군에 있는 부친 산소를 들러 성묘를 한 뒤 대선 전 개헌 필요성에 대해 또다시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취재진을 향해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대부분(대선 예비주자들) 개헌에 공감하고 있어 대선 전 개헌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국민의 65% 이상 개헌을 지지하는 민의에 따르는 게 정치 지도자의 책무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 역시 전날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인근 동작경찰서 남성지구대와 동작소방서를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28일 부친 산소에 들려 성묘 중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지난해 연이은 촛불시위 과정에서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한일외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정부종합청사 앞 노동자 장기농성장을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이 시장은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세월호 유가족 합동차례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28일 소녀상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의 홍파복지관을 찾아 지역 어르신들에게 떡국을 배식하는 활동을 가졌다. 이어 안 전 대표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안철수 부부의 설날 민심 따라잡기-올 댓글 퍼포먼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생중계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는 전날에는 자신이 창립한 컴퓨터 보안업체 ‘안랩’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안 전 대표는 이곳에서 “사실은 안랩이 고향 같은 곳이다. 설날 때 고향에 들러야겠다. 그래서 초창기에 가졌던 생각을 돌아보고 싶었다”며 “이제 우리도 전문가들과 토론이 가능한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28일 서울 노원구 홍파복지관 찾아 떡국 배식 봉사 중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설 당일은 쉬겠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는 트위터에 영상 메시지를 올려 “설 연휴에 저도 가족들과 쉬려고 한다. 다른 일정이 없이 쉬고 연휴가 지나고 충전된 힘으로 열심히 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전날 부모가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수유중앙시장을 들러 설 용품을 사고 주민들과 명절 인사를 나눴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전날 지역구인 동대구역을 방문해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이에리사 전 의원, 이준석 창당준비위원 등과 함께 귀성객 환영 인사를 가졌다. 유 의원은 설 명절 당일에는 친지들과 차례를 지낸 뒤 29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날 계획이다.

27일 동대구역에서 귀성객 맞이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설 연휴에도 도지사 업무를 이어갔다. 남 지사는 2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재 AI 민관합동 일일점검 영상회의에서 AI 방역대책의 하나로 동물복지형 축사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남 지사는 “축산시설 개선 없이 매년 반복되는 AI를 막을 수는 없다"며 "건강한 닭이 AI에 훨씬 덜 감염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방역선진화 동물복지형 축사를 정부와 함께 경기도에서 시범 운영해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28일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재 '민관 합동 AI 일일점검 회의'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지사

한편,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설 연휴에 지인들과 등산을 하는 등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그동안 미뤄놨던 도시 외교 활동 등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