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FM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DJ 김혜영(55)은 지난 18일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30주년 특집 방송 이틀 뒤였다.

"8년 전 조선일보에서 구두닦이 같은 어려운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사람들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분들 마음엔 사랑과 감사가 있더라고요. 저도 청취자로부터 받은 사랑에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서 30주년 기부를 목표로 8년간 꾸준히 모았어요."

시사 오락 프로그램 '싱글벙글쇼'는 1973년 시작돼 여러 DJ를 거쳤다. 강석(65)과 김혜영은 1987년부터 공동 진행해 왔다. 강석이 김혜영보다 1년 3개월 먼저 DJ를 시작했으니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30주년은 사실상 김혜영의 30주년인 셈. 그는 국내 최장수 여성 DJ 기록을 날마다 새로 쓰고 있다. 25일 서울 상암MBC에서 만난 김혜영은 "1년에 두 번씩 총 60차례 개편을 버텨온 스스로가 대견해 특집 방송 끝나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싱글벙글쇼’ DJ 김혜영은 “20년 넘게 두 딸을 가족처럼 정성껏 돌봐주신 도우미 아주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을 기사에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방송을 끝내자마자 식장으로 달려가 결혼했고, 신혼여행마저 스태프와 함께 떠나 제주도에서 방송을 이어갔다. 두 딸 낳았을 때 매번 보름 만에 복귀한 일화도 유명하다. 단순히 음악을 틀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콩트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강석과 호흡을 맞출 만한 대체 인물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1996년 강릉에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이 터졌을 땐 두 DJ가 미리 녹음을 해놓고 모두 해외로 휴가를 떠나 있었다. 비상시국에 즐거운 내용의 방송이 나가자 청취자 항의가 빗발쳤다. 그 뒤로는 자리를 비울 엄두가 나지 않아 20년 넘게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가고 주 5일 근무를 해왔다고 한다. 풍자 가득한 콩트를 하려면 시사 용어나 흐름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온종일 뉴스를 들여다보는 것도 필수. "신문·방송 챙겨볼 여유 없는 분들이 세상 돌아가는 소식 알 수 있도록 쉽게 푸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위기는 1997년 사구체신염이 발병했을 때였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돼 "하루도 건너뛸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참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돌아보면 라디오가 저를 살렸다고 생각해요. 있는 힘을 다해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갔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오랜 시간 걸려 건강을 되찾은 뒤로는 라디오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라디오에 방해되는 다른 활동은 미련 없이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6남매 중 넷째.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쪼들리는 형편에도 어머니는 동네 거지들을 집에 데려다 밥을 먹이곤 했다. "어려운 시절 경험 덕분에 서민들이 보내오는 사연에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싱글벙글쇼' 40주년, 50주년을 욕심 내도 좋을까? "지금까지 받은 사랑만으로도 과분하지요. 언제 그만두게 된다 해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담아 청취자께 큰절 올리고 떠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