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니 호박 파스타 등 독특한 안주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바' 인기
레스토랑 못지 않은 맛있는 안주로 바 문턱 낮춘다…'바 푸드' 퀄리티 높아져
오픈 키친부터 레스토랑용 주방까지…'바 푸드' 시대 시작되나
잘 갖추어진 위스키 리스트,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드는 칵테일,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서비스를 하는 바텐더. 지금 서울의 바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제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 부각되고 있다. 특색있는 바 스낵(Bar Snack) 혹은 바 푸드(Bar Food)로 손님들을 유혹하는 바 몇 군데를 소개한다. 1차로 가도 충분히 좋을 바 목록이다.
◆ 청담동 ‘폴스타’, 두툼한 돼지고기를 식빵으로 감싼 ‘가츠샌드’ 인기
문을 연지 이제 한달 남짓 넘긴 청담동 바 ‘폴스타’엔 늘 사람이 넘친다.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사람들 사이로 바텐더는 열차처럼 칵테일을 실어 나르고, 높은 층고 끝까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찬다. 바텐딩 수상경력이 화려한 요시후미 츠보이 바텐더가 일본에서 건너와 헤드바텐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곳은 정교한 맛의 칵테일과 고급스러운 기물들로 오픈하자마자 재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늘 북적이는 폴스타 한쪽에 앉아 손님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리마다 같은 요리가 한 접시씩 놓여 있다. 가츠샌드다. 두툼한 돼지고기 돈까스를 핑크빛이 살짝 돌게 익힌 뒤 촉촉한 식빵으로 감싼 안주다. 한 손으로 우아하게 잔을 잡고 칵테일을 마시다가, 두 손으로 이 가츠샌드를 들고 입을 크게 벌려 베어먹는 손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츠샌드의 인기로 바에서는 드물게 주문이 밀려 손님이 음식을 한참 기다리기도 한다. 게다가 가츠샌드가 ‘오버쿡’이 되었다며 주방으로 접시를 되돌려 보내는, 파인다이닝에서 볼 법한 풍경도 연출된다. 그 덕에 ‘가츠샌드 맛집’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따라붙는 폴스타이지만, 이 바의 등장은 흔히 바 푸드(bar food) 혹은 바 스낵(bar snack)이라고 이야기하는 ‘바의 안주거리’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기억해둘 만하다. 비단 가츠샌드 뿐만이 아니라 웰컴 푸드로 제공하는 작은 접시의 기본 안주는 맛도 풍성하고 메뉴를 자주 교체한다. 말린 연어나 캐비어와 같은 특별한 안주도 맛볼 수 있다.
◆ 건조 백김치·단무지 마스카포네 등 특색있는 안주 등장 “레스토랑과 바의 경계 사라진다”
이야기거리가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 칵테일을 만들고, 고도로 훈련된 기술로 한잔을 정확하게 제조해내는 건 이제 서울의 바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술 한잔은 예술 작품 만들 듯 제공하면서 안주는 땅콩이나 치즈볼, 뻥튀기를 내밀 순 없는 노릇이다. 자연스럽게 웰컴푸드, 혹은 안주로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다양한 손님들을 끌어모을지,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바에 다가설 수 있게 할지와 맞닿으면서 좀 더 특별한 술 안주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칵테일과 함께 곁들였던 특색있는 웰컴푸드는 생각보다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는다. 언젠가 청담동 ‘키퍼스’에서 제공했던 수분을 완전히 날린 건조 백김치 안주는 그 부드러운 신맛 때문에 칵테일 안주로 더없이 훌륭했다. 일본 도쿄의 어느 바에서 먹었던 단무지 위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올린 안주는 아직도 그 맛이 생생할 정도다.
요즘엔 한남동의 ‘소하’나 청담동의 ‘화이트 바’처럼 레스토랑 급의 주방 설비와 주방 팀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큰 규모의 바도 많아지고 있고, 규모는 작지만 특색있는 안주를 개발해 바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곳도 많다. 예전엔 1차로 저녁을 먹고 2차로 바를 찾았다면, 이젠 1,2,3차를 같은 바에서 쭉 이어갈 수도 있게 됐다. 게다가 요즘은 레스토랑에서도 칵테일과 위스키 메뉴를 꽤 빵빵하게 구비하고 있는 추세라 ‘다이닝 바’라고 이름 건 곳들이 등장하는만큼 갈수록 레스토랑과 바의 경계는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아직 크게 성공한 케이스가 없지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한 쪽에 바가 마련되어 식전주와 식후주를 즐기는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다. 경계가 분명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는 그저 어디에서든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칵테일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그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는 몇 군데 바를 소개한다.
◆ 한우 요리부터 태국 음식까지…고퀄리티 안주 곁들여 색다른 경험 선사한다
문 연지 한달도 안 된 한남동 ‘옥스’는 한우와 칵테일을 내세우는 곳이다. 특이하게도 축산업과 바 업계, 두 분야에 모두 경력이 있는 셰프가 바에서 직업 한우를 정육하고 숙성한다. 다양한 부위의 한우를 다듬어 로스트 비프, 오소부코, 갈비찜, 티본과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등으로 만들어 안주로 낸다. 특수 부위가 나오는 날엔 ‘특수 부위 플래터’도 메뉴에 오른다.
한우를 표방하는 바인만큼 웰컴 푸드와 웰컴 드링크도 특색 있는데, 바에서 직접 만든 수제 육포와 남은 뼈로 고아낸 설렁탕이 나온다. 고기 요리와 함께 곁들이는 칵테일로는 제철 과일을 사용한 상큼하고 신선한 것들이 많다. 피클이 제공되지 않는 대신, 칵테일로 입가심을 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백바에 즐비한 위스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스테이크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바 투어족이 방문해도, 고기 매니아가 방문해도 모두 만족할만 공간이다.
옥스보다 한참 앞서, 2015년 3월엔 위스키와 스테이크에 먼저 집중한 바가 있었다. 해방촌에 있는 ‘올드 나이브스’는 작은 공간을 반으로 나눠 한 쪽엔 백바를 만들고 한 쪽엔 오픈 키친을 만들었다. 테이블 좌석을 모두 없애 바(bar)라는 공간성을 확실히 했다. 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을 위해 스테이크라는 맛있는 미끼로 문턱을 낮추고, 스테이크에 어울리는 위스키와 칵테일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채끝 스테이크 가격을 100g당 1만1천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불 향이 잘 살도록 구운 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버번 위스키를 시켜 놓고 바에 앉아 칼질을 하는 경험은 무척 새롭다. 동시에 바(bar)라는 공간이 동네 파스타집처럼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올드패션드 칵테일 한잔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홍대 앞에 있는 바 ‘대디 서울’은 아예 백바 자리에 주방을 차려 놓은 독특한 구조의 바다. 바 아래쪽으로 술을 다 숨겨 놓아서 바 자리에 앉으면 깨끗한 스테인리스 주방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교동 ‘앤젤스쉐어’의 대표가 만든 두번째 바인데, ‘앤젤스쉐어’를 찾는 단골 손님들이 늘 술과 함께 먹을 안주를 찾는 모습을 보고 이 부분을 보완해 문을 열었다.
칵테일 리스트를 준비하는 시간보다 안주 리스트를 매만지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주키니 호박을 파스타 면처럼 뽑아서 올리브오일에 볶은 파스타를 산미가 톡톡 튀는 칵테일과 함께 먹으니 만족감이 두 배로 크게 부풀었다. 바텐더가 칵테일을 셰이킹하는 모습과 주방에서 프라이팬을 잡고 돌리는 모습을 한번에 바라보는 경험도 흥미롭다.
해방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성광대도’는 문을 연지 4개월 차에 접어드는 독특한 분위기의 바다. 홍콩의 선술집 같은 분위기의 붉은 조명과 네온사인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곳이다. 칵테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김현철 바텐더가 대표로 있는 곳인만큼 칵테일 리스트는 믿음직하다. 인테리어 콘셉트에 맞게 중식과 일식 안주 메뉴들이 풍성한데, 이 강렬한 맛의 음식에 칵테일이 묻히지 않도록 바텐더들이 세심하게 푸드 페어링에 몰두한다. 사시미에는 와사비 마티니를 추천하다든지, 옥수수 버터 튀김에는 위스키 칵테일을 추천하는 식이다.
칵테일과 음식 페어링과 관련해서는 홍대 앞의 ‘디스틸’과 연남동 ‘오파스’는 선배격인 곳이다. 디스틸은 오랜 시간동안 경험으로 축적되온 푸드 페어링 아이디어가 바 곳곳에 스며있다. 늘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안주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특히 칵테일과 음식이 서로가 서로의 맛을 보완하는 개념으로 추천하기 때문에 빈틈이 없다. 연남동 ‘오파스’는 태국식 안주를 곁들일 수 있는 ‘타이 바’다. 강렬한 향신료로 만든 태국식 안주에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독특한 향의 칵테일도 좋고, 다양한 위스키에 태국 요리를 매칭해볼 수도 있다.
◆ 손기은은 남성 라이프스타일 월간지 ‘GQ KOREA’에서 음식과 술을 담당하는 피처 에디터로 9년 째 일하고 있다. 이제 막 문을 연 레스토랑의 셰프부터 재야의 술꾼과 재래시장의 할머니까지 모두 취재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요즘은 제대로 만든 칵테일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바와 바를 넘나드는 중이다. 바람이 불면 술을 마신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