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5일 표창원 의원이 국회에 전시한 박근혜 대통령 나체 합성 그림 논란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당 안팎에서 비난이 커지자 우상호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였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표 의원도 뒤늦게 사과했다. 당내에선 "이 기회에 대선에서 '사고'를 칠 수 있는 전·현직 의원들이나 당 주변 인사들을 정리하자"는 말도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표 의원 사건을 언급하며 "만약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노 전 대통령을 벌거벗겨 풍자 그림을 걸었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었겠는가"라며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대방 입장도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까지 의원들 한분 한분 자중해달라"고 경고했다. 우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신중론이었지만 이날 아침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한마디 하겠다"며 나섰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당으로 항의 전화, 문자메시지 등이 폭주했다"며 "'벌써 정권 잡은 걸로 생각하고 이러느냐' '말 한마디 때문에 중도표가 다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이러다 보수 집결하고 어느 순간 훅 간다' 등의 내용이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가운데)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우상호(오른쪽)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물을 마시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표창원 의원이 국회에 전시한 박근혜 대통령 나체 합성 그림 논란과 관련해 “상처받았을 많은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구?]

민주당 지도부는 표 의원 징계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다. 당 윤리심판원장인 조태제 한양대 교수에게 "가능하면 26일이라도 회의를 열어 빨리 심의 절차를 밟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설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설 연휴 전 일단락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여당이 작년 총선 때 표 의원이 '인재 영입 1호'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하자 "표 의원은 친문이 아니다"며 거리를 뒀다. 한 의원은 "표 의원은 최근 당내 한 친문 의원 모임도 자진 탈퇴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일부 여성 초선 의원들이 "당이 이미 징계를 하겠다는데 우리까지 비판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대신 당의 여성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어떤 경우라도 여성 혐오, 비하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렇게 지도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과거 구설에 올랐던 몇몇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말 폭탄을 터트릴까 불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작년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손혜원 의원은 가발을 벗고 수의를 입은 차은택씨에 대해 "차라리 다 밀고 나오지"라고 했다가 당 안팎에서 "자중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최근엔 국정원 출신 김병기 의원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말년 험하게 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사시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과거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정청래 전 의원 등도 SNS를 활발하게 하는데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서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문 전 대표 주변에 있는 현직 의원들도 비공식 석상에서 말하는 걸 보면 불안 불안하다. 문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정리를 해야 한다"며 "김홍걸씨나 '나꼼수' 김용민씨가 표 의원을 두둔하는 글을 썼던데 이런 외부 세력도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표 의원을 향한 비난은 이날도 계속됐다. 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7층 사무실 앞에는 여성 10여명이 찾아와 "사퇴하라" "민주당은 표 의원을 제명, 퇴출시키라"고 했다. 보수 성향 단체 소속인 여성 50여명은 국회 곳곳에서 태극기를 들고 규탄 대회를 열었다. 여야는 이날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여성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왜 침묵하느냐"고 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 사태는 야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민주당의 작금의 오만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로 상처 입은 분들, 특히 여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또 정당은 지지율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파동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은 당과 대선 주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 윤리심판원 징계 결정에도 승복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등의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선 "과하다"며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