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을 엿새 앞둔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공개 변론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소장은 이날 9차 공개 변론이 시작되자마자 약 5분간 미리 준비한 모두(冒頭) 발언을 시작했다.
박 소장은 "이번 사건(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우리 헌정 질서에서 갖는 중차대한 의미와 국가적 비상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재판관들은 단 하루 휴일 없이 불철주야 재판 준비와 공정·신속한 심리 진행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면서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대통령) 측 모두 알다시피 저의 임기는 6일 뒤인 31일로 만료된다"며 "재판장인 저는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변론 절차가 되었는데도 후임자 임명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이어 "탄핵 심판 결론 전에 재판장 공석이 기정사실화된 이런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헌법재판소 구성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는 이 사건 선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소장과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박 소장의 모두 발언 직후 20분가량 일문일답식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헌재 심판정 분위기는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가 먼저 "3월 13일 이전에 선고를 하신다는 취지냐"고 물었다. 박 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권성동 탄핵소추위원도 어제 TV에 출연해 '헌재가 3월 9일까지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는데…(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헌재와 법원 등을 관리하는 자리이고 피청구인(대통령)의 방어권 행사가 제대로 안 되면 헌재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자 박 소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매우 무례하고 타당하지 않은 얘기"라며 "(9명인) 재판부가 7명이 되면 탄핵 심판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그 얘기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가 다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린…"이라고 맞서자, 박 소장은 말을 자르면서 "마치 (국회와 헌재가) 물밑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박 소장의 목소리는 '고함'에 가까울 만큼 크게 들렸다.
박 소장의 발언은 헌재가 더 이상 박 대통령 측의 거듭된 심판 지연 시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박 소장은 이날 처음으로 공개 변론에서 '신속'이라는 말을 3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저는 심판의 공정성을 누차 강조했고, 신속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피청구인(대통령) 측의 무리한 증인 신청 요구도 다 들어줬다"며 "심리의 신속한 종결을 위해 적극 협조해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 측은 1개월 넘게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언제까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미르·K스포츠재단을 누가 처음 기획했는지 밝혀달라'는 헌재 측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다. 또 탄핵 심판 공개 변론이 7차례나 진행된 이후에 증인 39명을 무더기로 신청하기도 했다.
박 소장은 국회 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헌재 소장 후임자가 지명돼 바로 보충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국회의 (후임 헌재 소장 및 재판관 인선에 관한) 무관심으로 인해 재판관 7명이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까지 가면 안 된다"고 했다.
박 소장이 "3월 13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히면서 '2말 3초(2월 말이나 3월 초)' 선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일부를 더 신문해야 하고, 변론 종결을 선언하는 절차도 남아 있기 때문에 2월 중순쯤 변론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재판관들이 결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평의(評議)와 결정문 작성 등에 2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운명은 3월 초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