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그간 환경 파괴 논란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해온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신설을 재협상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환경보다 성장과 일자리를 중시하겠다는 정책이다.

키스톤 XL 송유관은 하루 83만배럴의 캐나다 앨버타주산 원유를 텍사스 정유시설까지 곧바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다코타 대형 송유관은 북중부 노스다코타주의 셰일가스를 동남부 소비지로 공급한다. 미국에서 셰일가스 등 50조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생산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해온 트럼프에게는 꼭 필요한 인프라이지만 식수 오염과 인디언 보호구역 문화 유적 파괴 등에 대한 논란이 적잖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왼쪽은 GM의 최고경영자 메리 배라. 트럼프는 이날 “미국에 새 공장을 지으면 기존의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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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8년간 세계환경정책의 리더 역할을 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도 뒤집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엔이 주도해 탄생시킨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선진국들이 부담하기로 한 기후변화 프로그램에 대한 기금 납부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이날 아침 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환경 관련 규제를 '불필요한 부담'으로 비판하면서,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지으면 기존의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자동차 관련 환경 규제를 완화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선도해온 차량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온 자동차업계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세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AP 등은 이날 환경보호청(EPA)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소식지 발송, 트위터 등을 통한 직접 소통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우스다코타주 배드랜드국립공원은 이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65만년 동안 가장 높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급히 삭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