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어른상(像)인 김사부를 보면서 '의사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 강동주처럼 저도 '배우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계기가 됐어요."

24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배우 유연석(33·사진)이 겸허하게 말했다. 시청률(닐슨코리아) 27.6%로 지난 16일 종영한 흥행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그는 의사 강동주를 연기했다. 출세욕에 눈멀어 무리한 수술을 감행하다 좌천된 강동주가 외과의 김사부(한석규) 아래서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성장담이었다.

[배우 유연석 프로필]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한 그는 '종합병원2' '구가의 서'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다졌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이어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작품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반듯하면서도 순수한 야구 선수 칠봉이로 매력을 뽐냈다. 종영 후 물밀듯 섭외가 들어왔다. '은밀한 유혹' '그날의 분위기' 등 영화 6편, 드라마 1편에 출연했지만 흥행은 참패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의 이름이 잊힐 때쯤 만난 드라마였다.

"강동주가 물어요. '김사부. 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김사부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라고 답하죠. '응답하라' 이후 욕심을 부렸던 시절이 있었어요. 최고가 되려는 마음이 앞서 사랑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의사 가운을 입은 건 두 번째다. 드라마 데뷔작인 '종합병원2'에서 레지던트 의사였던 그는 6년 후 '낭만닥터'에서 외과 전문의가 됐다. 달라진 직급처럼 체감하는 고통도 달랐다. "레지던트 연기할 때 몸이 힘들었다면 전문의 되고 나니 마음이 괴롭다"고 했다. "시골 병원으로 좌천되고서 사표 내고 서울 돌아가려 할 때 갑자기 들어온 응급환자를 떠맡게 되는 장면이 있었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살리지 못했죠. 사망선고 내리고 보호자 얼굴을 쳐다보는데 억장이 무너져 내렸어요. 삶과 죽음의 무게, 그 경계에서 일하는 의사의 애환을 느꼈죠."

'낭만닥터'는 정의(正義)에 목마른 시대 정서를 짚어내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국가 비상사태에 대한 정부 부처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은 '메르스 일화'가 백미로 꼽힌다. 환자를 돌보다 실신한 강동주를 연기하면서 "'어떻게 사는가'보다 '왜 사는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틈날 때마다 ('아덴만' 석해균 선장 살린) 이국종 교수님 다큐멘터리를 찾아봤어요. 같은 병원서 일하는 레지던트가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선생님은 다른 조건 절대 안 봐요. 오직 환자만 살리려 노력해요.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 낭만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유연석은 "관객에게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동안 모습 보이지 않았을 때 '저 배역, 유연석이 하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하게 하는 배우요. '응답하라' 이후 겪었던 제 부침(浮沈)은 그렇게 되라는 처방전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