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전시한 박근혜 대통령 합성 누드화 논란이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그림이 '풍자'라는 선을 넘어 성희롱, 반(反)여성 문제로 번지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보수층과 여성들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도 반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표 의원은 "작가 자유의 영역"이라며 사과하지 않았다. 작가들은 "보수 단체가 논란의 배후에 있다"며 진영 정치로 몰고 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표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작가들과 함께 '곧, BYE! 展(전)'을 열었다. 전시 그림 중에 누드화를 합성해 박 대통령 얼굴을 넣은 '더러운 잠'이란 그림이 23일부터 문제가 됐다. 관련 기사에는 표 의원과 민주당 등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 걸려 있던 박근혜 대통령 합성 누드화가 24일 국회 의원회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국회 사무처는 이 그림을 강제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한 60대 남성이 그 전에 그림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구?]

사태가 확산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24일 오전 긴급 최고위를 열고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시키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시각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썼다. 일부 친문계 인사는 전날 밤부터 단체 카톡방에 "이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표 의원을 비난했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들은 "진보 진영에선 표현의 자유란 측면에서 논쟁적 사안인데,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조기 진화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 측은 표 의원이 최근 "65세 이상은 선출직에 출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발언에 이어 계속 '튀는' 행동을 하자 "이러다가 노인층, 여성층, 중도층까지 다 놓칠 수 있다"며 징계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사무처는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전시회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공문을 표 의원 측에 전달했다. 사무처는 처음부터 정쟁 등 논란이 발생할 우려를 주최 측에 표명했지만 표 의원 측이 "풍자 만화는 전시하지 않겠다"고 해 전시회를 허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철거 여부는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작가의 자유 영역"이라며 철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논란이 되는 그림은 전시회 개막 후에 알게 됐다"며 "'더러운 잠'은 제 취향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 성향 사이트에서 자신의 가족 패러디물을 만든 것에 대해 "제 가족,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는 제외해달라"고 했다.

새누리당, 바른정당, 야당인 국민의당 여성 의원들은 "표 의원은 사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의원 전원 명의로 국회에 징계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여성 의원들과 여성민우회 등을 제외한 야당 성향의 다른 여성 단체들은 비판 성명을 내지 않았다.

문제가 된 그림은 국회 사무처가 철거하기 전에 한 60대 남성에 의해 철거됐다. 이 남성은 "문 전 대표까지 말을 했으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림을 떼어내 바닥에 던졌다. 그는 "이건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다. 수치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단체 소속 회원 30~40명이 몰려들면서 그림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과 일부 시민이 충돌했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처음 그림을 훼손한 남성은 경찰에 연행됐다.

이번 전시회를 연 작가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는가"라며 "표 의원을 희생양 삼지 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논평으로 시작해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들이 왜곡하는 정황들로 볼 때 그 핵심에 배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들은 그림을 떼낸 보수 단체에 작품 배상과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 전시회의 그림들은 과거 '나꼼수'가 활동했던 서울 대학로 한 카페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