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인플루엔자)로 1만 마리 이상의 오리·닭 등이 묻힌 매몰지의 28%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정부 점검 결과 드러났다. 전국에 만들어진 매몰지가 향후 해빙기를 맞아 땅이 녹을 경우 토사 등이 쓸려 내려가면서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토양과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은 "최근 일주일간 전국 매몰지 총 434곳 가운데 1만 마리 이상 일반 매몰지 74곳, 5만 마리 이상 일반 매몰지 95곳 등 169곳을 점검한 결과 48곳에서 62개의 관리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합동 점검 결과 지하수 오염 여부를 관찰할 수 있는 관측정을 설치하지 않은 매몰지가 23곳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그다음으로는 ▲상부 침하 매몰지 10곳 ▲배수로 미흡 10곳 ▲상부 용출수 처리 미흡 5곳 ▲가스 배출관 미설치 매몰지가 4곳 등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가 워낙 빠르게 확산되고 살처분 물량도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많아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1년 구제역 사태 때 '침출수가 유출돼 토양 오염 등 2차 환경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매몰 과정에서는 ▲동물 사체를 밀폐형 섬유 강화 플라스틱(FRP) 저장조에 담아 매몰하는 방식 ▲미생물 처리가 된 왕겨에 사체를 묻는 방식 등을 추가 도입됐다.
구제역 사태 당시엔 대부분의 살처분이 일반 매몰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반 매몰은 구덩이를 파 바닥에 비닐을 깔고 동물 사체를 묻은 뒤 그 위에 흙을 덮는 식으로 진행된다. 매몰지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현장 상황을 판단해 세 가지 매립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일반 매몰을 할 경우엔 관측정 설치 등을 해야 하지만 이 같은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매몰지가 대거 적발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동 점검에서 미흡 사항이 적발된 매몰지의 경우 현장에서 바로 시정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