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野圈) 대선 주자들이 현재 앞서가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추격전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기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22일 각각 대선 지원 조직을 띄우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캠페인을 공식화했다.

제3지대 본격화하는 孫

손학규 전 대표는 22일 자신의 정치 결사체인 국민주권개혁회의(개혁회의)를 출범시켰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날 열린 출범식에서 "구체제 청산과 신체제 건설에 동참하겠다는 모든 개혁 세력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과 한국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인·강창일·김성수·최명길·최운열 의원 등 민주당 내 개헌(改憲)파 의원들과 박지원 대표, 조배숙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에서는 이상일 전 의원이 참석했고, 권노갑 국민의당 상임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지지를 보냈다. 손 전 대표 행사를 계기로 그간 '제3세력'을 주장해온 반 전 총장 측, 김종인계, 국민의당이 모여 본격적으로 세력화에 착수했다.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손학규(오른쪽) 전 민주당 대표의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대회에 민주당 김종인(가운데) 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왼쪽) 대표가 참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제3세력’이 세 규합에 나섰다.

손 전 대표는 "현재는 1997년 IMF 사태와는 비교가 안 될 펀더멘털(fundamental) 위기"라며 "총체적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안은 새로운 정치·경제 시스템을 건설하는 길"이라고 했다. 또 "차기 정권은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될 수밖에 없다. 개헌을 통한 연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문 전 대표 측을 겨냥해 "새누리당 잔존 세력뿐만 아니라 야권(野圈)에도 혁파해야 할 기득권 세력이 있다"며 "다음 대선은 구체제를 연장하려는 기득권 세력, 패권 세력 대 신체제를 건설하려는 개혁 세력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정계 복귀 이후 꾸준히 "정권 교체를 위해 최강 실력을 갖춘 인물과 세력의 '드림팀'을 만들겠다"며 이른바 제3지대 통합 또는 연대 가능성을 비춰왔다.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 통합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장 특정 세력과의 통합은 힘들다"며 "당분간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개혁 세력과 연대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안희정 "새로운 젊은 리더십 필요"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 등 300여명이 모인 서울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즉석 일문일답(一問一答) 형식의 대선 출정식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며 그것이 시대 교체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열린 ‘즉문즉답 출마선언’ 행사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에 그동안 말문이 트이지 않았다”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안희정 충남지사 "'대통령=임금님' 시대 끝내겠다"]

안 지사는 그동안 비판을 자제해왔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민주당의 적자(嫡子)인 제가 정권 교체를 하는 것이 순리"라며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있는 문 전 대표에 대해 "이미 청산이 끝난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공약을 내는데 해체 수준에 이른 정부를 무슨 청산을 하냐"며 "버티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기할 뿐 이미 끝난 정부"라고 했다. 안 지사는 또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문 전 대표는 청와대를 세종로로 옮긴다고 한다"며 "그걸 대안이라고 말했다면 너무 낮은 정책"이라고 했다. 안 지사는 "그간 제 말문이 트이지 않은 이유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인데 이제 박 대통령이 탄핵되고 다음 정부를 어떤 사람에게 맡길 것인지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다"며 "비로소 저의 계절이 돌아왔으며, 사랑도 움직이는데 문 전 대표를 낙점한 분들에게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이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네가 동생이니까 다음에 하라'고 하면 제가 얼마나 빈정이 상하겠냐"고 했다. 안 지사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친문(親文) 전해철·박남춘·최인호 의원을 소개하면서 "저분들이 실제로 누구에게 투표할지 아무도 모른다. 제게 투표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안 지사는 행사장에서 5시간여에 걸쳐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객석과 SNS를 통해 나오는 질문을 소개하고 대답했다. 안 지사는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임금님이 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며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고 총리가 내치에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경제에 관해서는 "특별히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지 않겠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지난 6명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