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에서 국정·검정 역사 교과서를 모두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 검정 교과서 필자들이 20일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지 않으면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겠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또 2015년 교육부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꿀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역사과 교육과정'과 '편찬 기준'을 전면 개정하라고도 요구했다. 이들은 '집필 거부'가 정부나 국민을 향해 대단한 협박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교육부가 '혼용'을 결정한 것은 단일 교과서를 포기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국정 폐기다. 여러 교과서가 경쟁하는 검정 체제에서 필자들이 할 일은 조금이라도 나은 교과서를 만들어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은 않고 무조건 싫다고 한다.

'교육과정'과 '편찬 기준'은 검정 교과서 시스템에서 국가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규정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이것마저 거추장스럽다고 전면 개정을 주장한다면 검정 교과서 필자들이 끌고 가려고 하는 역사 교육 방향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비뚤어진 사관을 마음껏 청소년 머릿속에 심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일 이른바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의결했다. 정부가 개발한 새 역사 교과서를 아예 말살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새 역사 교과서와 경쟁해선 승산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정 교과서 필자들이 집필을 하든 말든 자유다. 대한민국에서는 민간 출판사 어디든 능력 있는 필자들을 모아 역사 교과서를 만들고 정부 검정을 받을 자유와 권리가 있다. 이 기회에 수준 낮은 좌편향 교과서들은 도태되고 균형 잡히고 질 좋은 새 검정 교과서들이 쏟아져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