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나를 포함한 전 세계인이 관심 있게 관찰했다. 확실히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과거 대통령 기자회견하고는 큰 차이가 났다. 첫째, 언어 자체가 직설적이었다. 싫어하는 상대방을 쓰레기(garbage) 취급했고 싫어하는 질문을 할 땐 "야, 그만해(Give me a break)!" 하는 식이었다. 완전히 뉴욕 길거리 언어였다. 선거 때 자신을 공격했던 CNN 기자 질문은 받지도 않았다. CNN 기자는 고함을 질렀다. "미스터 트럼프, 왜 내 질문을 안 받습니까?" 트럼프는 "너는 가짜(fake news)야. 쓸데없어" 하고 전혀 상대해주지 않았다. 막강한 세계 뉴스 채널 CNN에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요즘 뉴욕 트럼프타워 앞엔 항상 기자들이 있다. 가히 ‘뉴욕의 백악관’이라고 할 만하다.

CNN은 뉴욕타임스와 함께 힐러리를 지지했기에 트럼프를 아주 혹독하게 다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세계인 대부분처럼 상상도 못했다. 트럼프는 거기에 보복하는 중이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CNN이나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러는지 나는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는 완전히 뉴욕 스타일이다. 능숙하게 웅변하는 오바마와는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뱉어버린다. 이번 기자회견의 파격적 광경에 세계인들 반응이 뜨겁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중국은 도대체 앞으로 미국 정책이 어떻게 될지 기대 반 염려 반이다. 오직 러시아와 이스라엘 두 나라만 트럼프가 이끌고 갈 미 합중국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50년간 봐왔지만 이번처럼 희한한 선거는 처음 봤다. 열심히 분석하고 공부한 결과 힐러리와 트럼프라는 별난 경쟁자 커플도 희한하지만 선거를 다룬 언론 매체들은 더욱 희한했다. 미국 역사상 이렇게 상세하고 요란하게, 24시간 내내 뉴스에 등장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 미국에는 뉴스 채널이 10개나 된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과 영국 BBC, 러시아 TV 같은 외국 채널들이 미국 대선에 뭐 그리 보도할 것이 많은가. 온갖 사소한 이야기를 다 전했다. 트럼프 부인의 옷차림부터 힐러리의 눈밑 주름(eye bag)까지, 그리고 트럼프의 성추행 동영상이 나왔을 때는 정말 대박이었다. TV 채널마다 패널들이 둘러앉아 신나게 웃으며 떠들어댔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스뉴스가 힐러리를 공격하면 CNN은 무자비하게 트럼프를 공격했다. 내가 보기에도 과연 진실을 밝히는 채널들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그래서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당신들은 가짜"라고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트위터를 애용한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그런 가벼운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트럼프는 "나는 가짜 뉴스를 피하기 위해 국민에게 내 생각을 직접 전달한다"고 한다.

여러분, 지금은 소셜미디어, 케이블TV, 페이스북, 트위터 등 수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집니다.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소문, 선동, 모욕, 가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진짜가 가짜 되고, 가짜가 진짜 되는 우리 시대, 답답합니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사이에 거짓말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A lie can travel half way around the world, while the truth is putting on its shoes)." ―찰스 스퍼전·19세기 영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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