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로 귀국 1주일을 맞았다. 한 주 동안 전국 14개 도시를 들르며 36개 일정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본지는 그간 구설에 올랐던 반 전 총장의 언행 15건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봤다. 그중 7건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①'턱받이' 논란=지난 14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자신이 턱받이 앞치마를 하고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미음을 먹여 봉사 수칙을 어겼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꽃동네 윤시몬 수녀는 "모든 봉사자가 턱받이 앞치마를 한다. 당시 할머니의 몸은 수평이 아니었고, 반 전 총장은 미음을 소량 먹여 수칙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②'퇴주잔' 논란=반 전 총장이 선친 묘소를 참배할 때 제례 절차를 무시하고 물려야 하는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다. 인터넷상에는 반 전 총장이 묘 앞에 앉자마자 음복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돌았다. 그러나 실제 반 전 총장은 절을 두 번 하는 등 제례절차를 마친 뒤 음복했다. 해당 영상은 음복 장면만 잘라 편집된 것이었다.
③공항 특별의전 요구=반 전 총장이 귀국하는 날에 '인천공항공사에 특별의전을 요구했지만 공항공사가 응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반 전 총장 측이 공항공사 측에 "기자회견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공사 측은 "의전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④경로우대인데 기차표 샀다=SNS 등에선 "인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공항열차를 이용할 때 경로우대 대상이라 표를 살 필요가 없는데 괜히 사는 쇼를 했다"는 말이 돌고, 일부 인터넷 언론은 이를 보도했다. 그러나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의 경우 무료이지만, 반 전 총장이 이용한 직통 열차는 반값의 요금을 내야 한다.
⑤팽목항 미수습자 가족 민폐=13일에는 '반 전 총장 측근들이 팽목항에 사전답사를 가서 차를 내오라고 요구하는 등 민폐를 끼쳤다'는 말이 나오고 일부 보도까지 됐다.
확인 결과 '반 전 총장 측'이라며 5명이 팽목항을 찾은 것은 맞지만 이들이 반 전 총장 캠프 소속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분들이 차를 판매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주문한 것이어서 서로 오해가 있던 것"이라고 했다.
⑥이순신 고향은 광주?=18일에는 "반 전 총장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향이 광주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확인 결과 반 전 총장은 당일 조선대 강연에서 '충무공'이 아닌 '충렬공'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고, 충렬공 고경명 선생은 광주 출신이 맞는다.
⑦위안부 질문 기자에 삿대질=19일에는 '위안부 관련 질문을 한 기자에게 반 전 총장이 삿대질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반 전 총장 측은 "답변을 하기 위해 질문한 기자를 가리킨 것이었을 뿐 삿대질이 아니었다"고 했다.
◇사실로 확인된 8건
반 전 총장 측은 사실로 확인된 나머지 8건에 대해선 "실수였다"며 "외국 생활을 오래하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생긴 해프닝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①철도표 발매기에 2만원 한 번에 투입=귀국 날(12일) 공항철도표 발매기 현금 투입구에 1만원권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넣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반 전 총장은 "제가 뉴욕에 오래 있다 왔다. (갑자기) 프랑스 파리에 가서 전철 끊으라고 하면 금방 할 수 있나"라고 했다.
②프랑스제 생수를 사려 했다=그는 또 공항 편의점에서 프랑스산 생수를 집었다가 보좌관의 만류로 국산 생수로 바꿔 산 것도 논란이 됐다. 이 역시 사실로 인정했다. 반 전 총장은 "편의점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외국 생활로 눈에 익었던) 에비앙이 보여서 집은 것"이라고 했다.
③국기에 대해 '목례'=반 전 총장은 18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목례를 하려다 뒤늦게 가슴에 손을 올렸다. 반 전 총장 측은 실수를 시인하고 "외국 생활을 오래해 잠시 착각한 것"이라며 "작은 일도 논란이 되다 보니 긴장해서 실수한 것 같다"고 했다.
④위안부 질문 기자에 "나쁜 놈"=반 전 총장은 18일 만찬 행사 뒤 수행했던 이도운 대변인에게 위안부 관련 질문을 한 기자를 겨냥한 듯 "나쁜 놈들"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일부 기자가 행사 진행을 방해하며 계속 질문을 했고, 반 전 총장이 개인적으로 대변인에게 심경을 토로한 게 마이크에 잡힌 것"이라고 했다.
⑤"일 없으면 해외 봉사 해라"=18일 조선대 강연에서 "젊은이들이 정 다른 일이 없으면 진짜 볼런티어(자원 봉사)로라도 세계 어려운 데도 다녀 보고…"라고 말해, 젊은 층에선 "취업이 안 되면 해외 봉사나 하라는 거냐"는 논란이 일었다. 반 전 총장 측은 "좋은 뜻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의 중요성과 자원봉사의 위대한 가치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했다.
⑥현충원 방명록 쓸 때 커닝=반 전 총장은 13일 국립현충원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 자신이 메모해간 쪽지를 보고 옮겨 적었다. 이를 두고 "그런 것도 써준 걸 보고 쓰느냐"고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연설할 때 프롬프터를 참고하듯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⑦미수습자 가족에게 '유족'=반 전 총장은 팽목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고 '유가족'이란 표현을 썼다. 세월호 가족들은 실종자 가족에게 유족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⑧화재 현장에서 사진 촬영=18일 여수 교동 수산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면서 아이와 사진을 찍은 것을 두고도 SNS 등에서 "화재 현장에서 무슨 짓이냐"는 비난이 나왔다. 반 전 총장 측은 "아이가 다가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