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취임한다. 그러나 워싱턴DC는 축제 열기보다 대규모 시위와 테러 공포로 인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CNN은 "2만8000명의 군·경이 취임식 경호에 동원되며, 여의도 2배 면적(7㎢)에 대한 차량 출입이 통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식을 지지율 반전(反轉)의 계기로 삼기 위해 '통합'을 강조할 계획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에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식은 20일 오전 9시 30분(한국 시각 오후 11시 30분) 국회의사당 앞 축하 공연으로 시작한다. 트럼프의 취임 선서 및 연설은 이날 정오(한국 시각 21일 오전 2시)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통합' 연설 준비

40%라는 역대 최저 지지율로 출발하는 트럼프는 이번 취임식 연설을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18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취임식 연설문을 쓰는 모습"이라며 사진 한 장을 올린 뒤 "금요일(취임식)을 기대하라"고 했다. 트럼프 연설의 첫 줄은 오바마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감사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미국은 어떤 나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도 "(취임 연설문은) 100% 트럼프가 썼고 통합의 메시지에 집중했다"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언어로 말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통합을 강조하기 위해 링컨 대통령이 썼던 성경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식 때 링컨의 성경을 사용했다.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재선(再選)에 도전하는 2020년 대선 구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 "본지 인터뷰 도중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는 재선 도전용 구호를 공개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인터뷰 도중 변호사를 불러 이 문구의 상표 등록을 지시했다고 한다.

오바마, "침묵하지 않겠다" 경고

백악관을 떠나는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사실상의 '경고장'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고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핵심 가치가 위협당하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선거의 체계적인 방해, 반대 의견이나 언론에 대한 탄압, 미국을 사랑하는 아이를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다른 어딘가로 보내려 할 때"라고 했다. 트럼프는 불법 체류자 추방 등을 공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레드라인(금지선)을 그은 것"이라며 "퇴임 후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을 자제했던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길을 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오바마는 이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자신의 측근 60명을 정부 산하 위원회와 이사회 등의 주요 자리에 임명했다. 트럼프에게 맞서 자신의 정책을 지키기 위한 '대못 박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쿠바 양국이 플로리다해협에서 이뤄지는 수색·구조 훈련 때 협력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하는 등 자신이 추진했던 미국·쿠바 관계 개선 노력도 이어갔다.

취임식장 둘러싸는 '시멘트 차벽'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보안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90만~100만명의 환영 인파와 100만여명의 시위대가 취임식장에서 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식 당일 미 연방수사국(FBI), 비밀수사국(USSS) 등 30개 기관과 군·경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시멘트를 가득 실은 트럭으로 행사장을 둘러싸는 '시멘트 차벽'도 세워진다. 워싱턴DC 상공에는 비행기는 물론 드론도 비행할 수 없다. 호루라기와 셀카봉, 심지어 풍선도 취임식장에 반입할 수 없다. 취임식장이 축제의 장이 아니라 '요새'가 되는 것이다.

한편 19일 현재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당 의원은 65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도 자리가 몹시 필요하다"며 "내게 (참석) 티켓을 돌려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