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귀국 후 일주일 간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일반 국민들만 접촉해온 반 전 총장이 일부러 찾아가 만난 정치인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반 전 총장은 3박4일의 영·호남과 충청을 아우르는 첫 전국 민심 투어를 끝낸 뒤, 상경하자마자 오후 4시쯤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이 전 대통령 개인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사무실로 들어서는 반 전 총장을 “어서 오세요”라며 팔 벌려 환영했다. 이 전 대통령은 “와주셔서 고맙다. 고생 많으셨다”며 “몇 개국을 다니셨냐”고 물었다. 반 전 총장은 “154개국을 다녔다. 복합적으로 방문하면 521개국쯤 된다”고 답했고, 이 전 대통령은 “단련이 됐겠다”며 내실로 안내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오후 강남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 악수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이 전 대통령이 중도 보수 세력의 집권을 위해 반 전 총장에게 선거 전략과 맨파워를 제공, 그의 대선 가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이른바 ‘이명박-반기문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반 전 총장의 대선 캠프에 이 전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쪽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 비서관,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실무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반 전 총장의 입당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바른정당에도 비박계와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반 전 총장이 새 정치를 한다면서 결국 실패한 정부 인사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자 이명박 정권의 부활”이라고 했다.

한때 이명박 캠프의 핵심이었다가 멀어진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내가 반기문이라면 이 전 대통령 안 찾아간다. 정치 교체를 한다면서 MB를 왜 만나느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