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한국 시각) 터키 앙카라 바슈켄트 배구경기장. 서울에서 약 8000㎞ 떨어진 이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렸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국제 대회가 아니었다. 터키 여자 프로배구 컵대회 우승컵을 거머쥔 '여자 배구 호날두' 김연경(29·페네르바체)은 몸에 대형 태극기를 휘감고 코트 곳곳을 누볐다. 김연경은 이날 결승전에서 '강적' 바키프방크를 상대로 양팀 최다인 15점을 뽑아내며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경기장을 찾은 현지 교민에게 태극기를 받아 두 팔로 활짝 펼쳐 몸에 둘렀다. 그는 평소 경기를 할 때도 태극 마크가 새겨진 팔 밴드를 착용한다. 교민들은 물론 페네르바체 팬들도 '연콩'(연경의 현지 발음)을 연호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자신의 SNS에 "모두 응원해주신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이 경기는 현존 여자 배구 최고 스타가 누군지 확인하는 자리기도 했다. 바키프방크엔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중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한 주팅(23)이 버티고 있었다. 198㎝의 장신인 그는 중국의 간판 공격수다. 김연경, 타티야나 코셸레바(29·러시아)와 함께 '여자 배구 3대 공격수'로 평가받는 주팅은 지난해 110만유로(약 13억7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터키 땅을 밟았다. 김연경의 연봉은 130만유로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2012 런던올림픽 MVP 출신인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아시아 후배'인 주팅을 평소 살갑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도 "(주팅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주팅에게 한 수 지도했다. 공격은 물론 안정적인 리시브로 팀을 리드한 김연경과 달리 주팅은 목적타 서브에 흔들리며 무너졌다. 김연경은 이번 컵대회에서 '드림팀'(총 7명)에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