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안방극장에선 '현란한 덩크슛'과 '호쾌한 스파이크'가 동시 상영될 예정이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올스타전이 22일 각각 부산과 천안에서 열려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예고한 것이다.
농구와 배구가 같은 날 올스타전을 치르는 건 2007년(3월 1일) 이후 10년 만이다. KBL(한국농구연맹)과 KOVO(한국배구연맹)는 "일정을 짜다 보니 우연히 겹치게 된 것"이라면서도 인기의 척도가 될 관중 수와 TV 시청률 등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겨울 스포츠의 대표 주자였던 농구(1997년 프로 출범)가 지난 10여년간 주춤한 사이, 후발 주자(2005년 출범) 배구가 거침없이 성장해 도전장을 낸 모양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구인들은 '배구만도 못하다'는 말을 들으면 '배구가 어떻게 비교 대상이냐'고 기분 나빠 했다. 요즘은 이런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제 "농구와 배구 어느 쪽이 더 인기인가"라는 질문은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야구와 축구 비교만큼 치열한 논쟁거리가 됐다.
관중 수나 버즈양(기사나 댓글 등 온라인에서 언급된 양)은 농구의 판정승이다. 경기 수(정규리그 농구 270경기·배구 216경기)에서 차이가 있지만, 2015~16시즌 농구 관중은 103만명으로 47만명인 배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버즈양(量)에서도 농구는 지난 시즌 112만건으로 배구(83만건)를 앞섰다. 온라인에서 농구가 더 화제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농구 관중은 10년 전(110만명)에 비해 소폭 줄어든 반면, 배구 관중은 10년 전(12만명)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나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TV 시청률에선 배구가 농구를 넘어선 지 오래다. 남자 배구보다 인기가 적은 여자 배구도 시청률에서 남자 농구를 앞선다. 지난 시즌 시청률은 남자 배구가 1.10%로 가장 높았고, 여자 배구 0.71%, 남자 농구 0.29%, 여자 농구 0.20% 순이었다. KOVO 관계자는 "프로배구 출범부터 전 경기가 생중계되도록 방송사와 협력해 '겨울 저녁에 TV를 켜면 배구가 나온다'는 인식을 심어준 게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KBL 측에서는 단순히 TV 시청률만으로 인기를 측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KBL 관계자는 "농구는 배구보다 젊은 시청자층이 많은데, 이들은 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경기를 본다"며 "TV 시청률이 낮고 버즈양이 높은 것은 그 때문"이라고 했다.
두 종목이 치열한 인기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올 시즌엔 배구 올스타 팬 투표 참가자가 처음 농구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 젊은 팬층이 많다고 알려진 농구의 올스타 온라인 투표수가 배구에 밀린 것이다. 배구는 9만4673명이 투표해 농구(8만3837명)를 앞섰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배구의 인기가 높아진 요인으로 '리우올림픽'과 '김연경'을 꼽는다. 장소연 SBS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여자 배구가 2012 런던올림픽 4위에 이어 지난해 리우 대회에서도 8강에 오르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덕에 새로운 배구팬이 많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한 남자 배구단 관계자는 "리우올림픽 이후 여자부 배구팬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남자부로도 유입됐다"고 했다. 리우올림픽을 거치며 김연경(29·페네르바체)에 반해 배구를 좋아하게 된 이도 적지 않다. 김연경의 인기에 힘입어 올 시즌부터 국내에선 터키리그가 TV에 생중계되고 있다.
겨울 스포츠의 전통 강호였던 농구는 배구와 비교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아직 농구의 인기는 건재하다는 입장이다. KBL 관계자는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농구는 무료 표를 없애고 있기 때문에 유료 관중은 지난 시즌에 비해 오히려 16.3% 증가했다"면서 "우리는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