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임시국회에서 재벌 대기업의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은 '김종인 상법'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위원장 박범계)를 열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 등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법안심사1소위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가 1월 임시국회 중으로 다시 열릴 가능성이 매우 낮아 1월 임시국회 중에 '김종인 상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에는 김종인 전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 외에도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 등 소위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안이 대거 상정됐다. 이중 김종인안(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선임요건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고, 박용진안은 기업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분할 신주 배정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수 일가가 자사주를 이용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이날 법안심사1소위에 상정된 김종인안, 박용진안 상법 개정안에 대해 야권은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정부(법무부)와 새누리당, 바른정당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도 맞섰다.

이창재 법무부차관은 "상법 개정안에서 경청할 부분이 있지만, 투기자본에 대해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반론과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경향의 확산,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어려움으로 경제가 엄중한 상황을 고려할 때 상법의 중대한 변화는 다른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차관은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도 같은 테이블에 올려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상 애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산업구조조정이 많은 환경과 지배구조의 다른 이슈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입법례가 미국의 5개 주, 러시아와 멕시코, 칠레 뿐으로 전세계에 거의 없다"며 반대했다.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상법은 회사법의 근간으로, 이 개정안들은 과거 상법 개정안과 비교해 보다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오는 것들"이라며 "위원회 위원끼리 의견을 주고 받기보다 소위원회차원에서라도 공청회를 거치자"고 신중론을 폈다. 윤 의원은 "집중투표제는 실효성보다 상징성이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액주주간 이사 선임에 관한 문제"라며 "현실적으로는 기관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10% 정도의 지분이 위력을 발한다"고 우려했다.

바른정당 소속 오신환 의원도 "김종인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전자투표제 의무화에는 동의하지만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오 의원은 박용진안에 대해서도 "신주 발행 자체를 금지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야당은 김종인안보다 다소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고 여야간 이견이 적은 박용진안의 처리라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박범계 법안심사1소위원장은 "박용진 의원안은 현실적이고 당장 적용하기도 문제가 없으며, 현행 상법과의 일관성도 있다"며 처리를 주장했고,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박용진 의원 안은 간단하고 법원행정처도 동의하고 있다"며 소위 의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 중에서 (인적분할 여지가) 남은 것은 삼성 뿐이지만, 중견기업이 지주회사로 많이 바뀌고 있다"며 "자사주를 인적분할할 때 신주를 발행하지 못하게 하면 중견기업은 어렵다"고 상법 개정안 처리를 끝까지 반대했다.